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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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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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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 늘푸른시니어대학에서 ‘자서전 쓰기’를 주제로 문예 강좌를 맡았다. 이유인즉 이민 조상들의 일생을 후세에 전해주고 싶은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다. 


‘일부변경선 동과 서’ 는 처음 미국 버펄로에 도착하여 캐나다로 이주하기까지 3년간의 나의 삶을 기술한 자서전이다. 지난 연재에서 횟수가 거듭 될수록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사생활이 노출된다거나 지난 고통을 회상하여 반추하는 이중고의 염려 등 자서전쓰기의 부정적인 요소를 벗어나 삶의 기록, 전수뿐 아니라 반성과 화합재정비 등 긍정적인 시각을 얻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모태를 떠나듯 고국을 등지고 언어와 문화 환경이 전혀 다른 이민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개척자의 정신과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로서 뚫고 온 지난날은 누구에게나 기록할 가치가 충분한 특수한 일생이었으리라 쉽게 수긍된다.  살아온 여정이 각기 다르듯 다양한 삶의 지혜를 지닌 학생들께 특강을 하였다. 자서전은 “자기가 쓴 자기의 전기”로 이를 좀 더 문학적으로 서술한 작품이 자서문학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지금은 100세 인생시대라 한다. 최근 유엔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66세~79세가 장년이라 한다. 따라서 자서전을 쓰는 가장 좋은 시기는 시니어인 지금이라고 하였다. 


자서전 쓰기는 년대별로 기록하는 것, 성숙의 과정에 따라(유아기, 소년, 청년. )서술하거나 특정사건을 중점적으로 기술하는 것(학업, 결혼, 사회활동. )등이 있다고 간단히 강의를 끝마치고 특정사건을 주제로 짧은 자서전을 쓰도록 하였다. 글자로 쓰는 게 아니라 말로 엮는지 한동안 왁자하니 시끄럽더니 차츰 조용한 가운데 펜 움직임이 빨라지고 눈에서는 날카로운 예지가 뿜어져 나왔다. 


한 할아버지학생의 글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부부는 엊그제 금혼식을 맞았다. 돌아보면 50년을 부부싸움으로 보낸 듯하다. 싸움의 시작은 언제나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기 때문이다.” 항상 마누라의 손을 붙잡고 다니는 할아버진데 티격태격하면서 50년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 나는 울컥하면 참지 못하고 무어든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곤 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그날도 마누라의 바가지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나는 탁자 위에 놓인 물체를 집어서 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다음 찰나 어! 소리를 질렀다. 그건 내가 애지중지하는 캐논카메라였다.” 폭소로 교실이 뒤흔들렸다. 


“그런데 그 순간 마누라가 벌떡 일어나더니 야구선수처럼 카메라를 덥석 받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 나는 던지는 버릇을 깨끗이 끊었다. 그런데 마누라의 바가지는 오늘도 끊이지 않는다. 마누라의 바가지는 깨지지 않는 바가지인 모양이다. ” 


할머니와 바가지의 연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할머니들, 우리자신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19종족의 이민 소수민족할머니에 대한 손자손녀들의 이야기를 편집한 책이다. ‘조이 코가와’(JOY KOGAWA)는 서언에 “할머니는 특별히 사랑이 많고 긴 안목을 가졌으며 민족고유의 말과 문화전승의 역할을 잘 감당할 뿐 아니라 본능적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고 대대로 무한한 감정의 울타리를 쳐준다. ”고 하였다. 


내 마음 판에 새겨진 할머니의 정의와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바가지 긁기의 주체가 되는 것일까. 평화롭고 정취 어린 초가집지붕에 덩실히 앉아 있는 박(Gourd)넝쿨이 떠오른다. 휘영청 밝은 달밤에 하얀 박꽃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박속은 덜 여물었을 때 긁어서 나물을 해먹고, 여문 껍질로는 바가지를 만든다. 뿌리부분은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고, 여름에 박나물을 해먹으면 피서에도 좋고 ‘시트롤린’이 함유되어 있어 이뇨에도 좋다고 한다. 박은 비교적 높은 기온과 적절한 수분을 요구함으로 여름에 주로 재배하는데 장마기간 중에 강풍으로 초가가 파손되는 풍해예방에 지붕 위 무거운 박 덩이가 굉장한 이점을 제공했을 것이라고도 한다.


줄줄이 박의 미덕을 읽다가 무릎을 치며 깨달았다. 바가지 긁기는 자칫 평화로운 가정의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꾹꾹 눌러주는 지혜의 소리이며 수시로 상기시켜 주는 경종일 것이다. 마누라의 바가지를 묵묵히 들어 주는 할아버지 역시 집안이 평안하기 위해 눌러 참는 도량을 실천했을 것이다. 


자서전 쓰기의 가장 큰 덕목은 지나온 삶을 통한 축복의 재발견과 동시에 감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리라. ‘깨지지 않게, 살살 부드럽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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