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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shon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www.budongsan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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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과 서(36)
jsshon


 다가오는 그림자


 첫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고 안심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선을 만드는 하나의 첫 점에 불과하다는 것은 미쳐 깨닫지 못하였다. 불운의 마신은 작은 구슬 알들을 던져 희롱하면서 차츰차츰 어두운 속셈을 펼치고 있었다. 매주 꼬박꼬박 보내주시던 어머님의 소식이 두 주일간 끊기더니 다음에 온 동생의 편지는 너무도 놀라운 것이었다.


어머님이 자궁암진단을 받아 년 초의 공휴일이 끝나는 대로 곧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오래 되고 중한 상태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낙관보다는 비관적으로만 기울어지는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그토록 몸이 편찮으신데 내색도 않고 꼬박꼬박 서신을 보내주신 어머님의 지극한 사랑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렀다. 


“자궁암 수술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거기도 훌륭한 의사들이 많으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 어떤 위로의 말도 힘이 되지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검은 구름에 휩싸이듯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지 말고 쇼핑이라두 한번 나가 보면 어때. 내가 하루 저녁 애들을 봐 줄게. 뭐 보내고 싶은 것 있으면 사가지고 오라구.” 


미시스‘ 황’께 백화점 구경을 좀 시켜주라고 부탁을 하였다. 백화점 안에 들어서니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물건이 많은 데 눌리고, 너무 넓은데 질리고, 현란한 조명에 눈이 부셨다. 


비비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미시스 ‘황’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해서 따라다니다가 두어 시간 만에 겨우 ‘영’의 셔츠와 바지 한 벌을 사 들고 기진맥진해서 돌아왔다.


 “돈을 주고 쓰래도 못쓰니 닥터 ‘송’은 부자 다 됐어요.” 미시스 ‘황’이 웃으며 돌아갔다. 


“쳇. 못 나긴.” 피식 웃었다. 집에 와서 생각 해보니 딴은 자신이 생각해도 못나긴 했다. 아무거나 망설이지 않고 집어오기로 하면 그까짓 거 하나 못 사지고 올까 싶었다. 
백화점에 갈 때만 해도 아버님 어머님을 비롯해서 온 가족들에게 미국에 와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고루 보내주려는 마음이었다. 아버님께는 따뜻한 스웨터를 한 벌 사드리고, 어머님께는 감이 좋고 폭신한 모직의 한복 감을 장만해 드리리라 마음먹었다. 


한데 어른스웨터는 치수가 너무 크고, 아이들 치수를 보면 모양이 이상하고, 오락가락하다 나중엔 지쳐서 더 고를 기력이 없어졌다. 옷감은 통관이 안 된다는 설명이라 그도 포기하고 보니 살 것이 마땅치 않았다. 여자용 바바리코트니 블라우스니 모두가 같은 형편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미제라고 열이 나서 사 입는 옷들이 진짜로 미제는 하나도 아닌 듯 했다. 치수나 디자인이 그렇게 한국인에 꼭 맞는 미제는 있지도 않았다. 게다가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한국에서 스웨터 한 벌 맞추어 입으면 3천원이 못되었는데 여기선 15불에서 25불이니 환산하면 3, 4배였다.


 그만큼의 세금과 송료를 낼 바엔 차라리 그곳에서 맞추어 입는 것이 낫지 미제가 뭐 별건가 하는 생각이 나서 선뜻 집어 들지 못했다. 이 생각 저 궁리 하다 보니 나중엔 “에이 시댁도 계신데.”하고 포기해 버린 것이다. 


“여기 걱정은 말고 그저 너희들이나 부족하지 않게 쓰고, 건강히 들 지내다 오너라.” 늘상 하시던 어른들 말씀을 핑계 대고 돌아온 것이다. 


“이런 멀대야. 그렇거든 자기 것이라 두 뭐 하나 사가지구 올 것이지, 일 건 돈 주고 시간 주고 해서 보냈는데 그냥 와.” 어이없어 머리를 내저었다. 


“아닌 게 아니라 몇 개월 안 나다녔더니 못난이 다 됐어요. 이제부터 그런 건 아빠가 해요. 난 기권이에요. 눈이 아프고 다리가 휘청거려서…” 깨끗이 두 손 들고 양보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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