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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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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東)과 서(西)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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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개방되고 직선적인 감정표현은 아무리 스승 앞이라도 굽힐게 없었고, 유학파인 스승들도 그를 주변으로 몰지 못한다. 


 “허. 이거 지금 홀아비신세라고 중매 서준 공도 모르고. ” ‘닥터 홍’이 그만 김빠진 엄포를 놓고 물러났다. 


 “자 이제 슬슬 폭포구경이나 갑시다.” 시종 웃고만 있던 ‘닥터 정’이 무안스레 일어섰다. ‘미시스 송’ 거기 가면 추운데 무얼 좀 입으세요. 미시스‘정’이 차 트렁크에서 바바리코트를 하나 꺼내왔다. 싸 아 하니 향수냄새가 코를 찔렀다.


 괜찮다고 손 사례를 치고 그대로 따라갔다. 넓은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니 기념품을 파는 조그마한 매점이 있었다. 그 뒤로 돌아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넓은 층계가 나왔다. 앞은 확 트인 하늘 뿐. 산도 없는데 폭포는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두리번거리며 층계를 내려온 ‘숙’은 그 자리에 딱 발이 얼어붙었다. 


 쿠루 랑, 쿠루 랑, 쾅 쾅 안개의 벽처럼 하얀 물보라들이 하늘 높이 솟는 밑으로 아예 강줄기를 가로 갈라놓은 듯 어마어마하니 넓은 호수물이 그대로 곤두박질치면서 포효하는 것이 날숨을 멎게 했다. 떨어지면서 바위에 부딪친 물줄기가 산산이 부서져 하얗게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떨어진 물들은 콸콸 거품을 품고 소용돌이치면서 인간의 혼을 송두리째 빨아들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천제연 폭포를 보고 죽고 싶도록 감격했었다. 이제 보니 그것은 너무도 가냘픈 여인이었다. 솔향기 흠씬 젖은 고고한 한 마리 목이 긴 황새였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태초에 물이 있으라.‘한 창조주만이 그 위력을 즐길 수 있는 위대한 아름다움이었다. 


 일개 미미한 존재로선 바라보는 것조차 두렵게 하는 웅장한 힘이었다. 물방울이 실비처럼 사방에 뿌리치는 가운데 망연히 서서 넋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요란한 폭포소리에 귀가 윙윙 울리고 있을 뿐 오관의 기능이 모두 힘을 잃고 서 있었다.


 “나가서 저 전망대로 가 봅시다. 이제 곧 전기도 들어 올 텐데.” ‘닥터 정’의 말에 겨우 활동기능을 다시 찾은 듯 일행은 느릿느릿 올라와서 차를 타고 언덕길을 돌아갔다. 경사진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었다. 일행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 꼭대기까지 도달했을 때 밖은 벌써 깜깜해져 있었다. “저 쪽을 보세요.” ‘미시스 정’이 팔을 끌고 가 가리키는 곳을 쫒던 ‘숙’은 흐윽 하고 숨을 들여 마셨다. 


 오색이 찬란한 조명등을 받은 폭포가 무지개처럼 포말을 물들이며 용트림을 하는 것이었다. 빨강, 노랑, 파랑의 폭포수가 칠면조의 날개처럼 색깔을 퍼덕이며 휘황한 오색 무를 추고 있었다. 공작새가 날개를 좍 펴고 뛰고 있었다. 앞으로 달리는가 하면 우뚝 섰다가 하늘로 날고 뒤로 걷는가 했더니 천 만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다.


 미국인들은 신의 은총을 알고나 있을까? 외곬으로 부어진 신의 축복으로 대자연의 사랑을 심고 그 힘으로 창조주에 대한 경외감을 밀어내고 그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득하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깨어지는 것은 물방울이 아니라 자꾸 자꾸 작아져서 스러져 버리는 나 자신이었다.


 낯선 이 나라와 여기 사는 사람들이 무작정 생소하지만은 않은 친근감이 뭉실뭉실 솟아났다. 너와 나는 똑같이 바닷가의 한 알 모래알에 불과한 것을.


 
 닥터들의 파티


 “하이 미시스 ‘쏭’ 만나 뵈어서 참 반갑습니다.” 연구실 비서인 미스 ‘다스튼’이 들었던 술잔을 왼 손으로 옮겨 쥐며 ‘숙’을 잡아 흔들었다.


 얼마 안 있으면 신학기가 시작될 텐데 방학 중에 이 연구실에 새로 온 외국인들과 한국에서 방문한 닥터‘홍’을 환영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계기로 닥터 ’봔 루이‘가 베푼 파티였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저리로 올라가서 우선 무얼 한잔 가지고 오시지요.” 예순은 되었음직한 깡마르고 키만 훌쩍 큰 ‘다스튼’이 ‘숙’의 등을 슬쩍 밀면서 스탠드바를 가리켰다. 옷차림이나 몸가짐이 퍽이나 예절 바르고 교양미가 흘러 넘쳤다. 


 몇 명의 젊은이 들을 빼고는 거의가 학계에 쟁쟁한 학자들로 반백이거나 대머리가 된 이들은 허리를 꼿꼿이 위엄 있게 펴고, 온 얼굴엔 미소를 가득담은 모습으로 서 있거나 의자에 앉아서 속삭이듯 조용조용히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오 원더풀.” 분홍색 치마저고리에 하얀 버선, 분홍색 고무신까지 신은 한복차림은 눈에 띠게 아름답고 파티에 활기를 넣어 주었다. 


 나는 무얼 마시지? 층계 세 개쯤 올라간 높은 식당 한 복판에 흰 레이스 테이블보를 씌운 식탁에는 가지각색의 술병들이 수십 개 놓여있고 그 한 옆에는 네모난 작은 얼음덩이가 가득 담긴 얼음 통, 술을 섞어 젖는 유리막대들도 놓여 있었다. 여러 모양의 유리잔들이 전등 빛에 투명하게 반사되는 테이블 앞에 난처하니 서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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