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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아폴로
jakim

 

 일요일 오후 3시에 쇼잉이 있어 나갔다가 끝나자 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동네가 맘에 들면 집이 맘에 안들고, 집이 맘에 들면 동네가 별로고, 둘 다 마음에 들면 가격이 맞지 않고. 그래서 오늘도 허탕이지만 혹시 손녀딸이 아직도 있을까 기대하고 문을 열 때까지 아폴로의 짓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집안으로 들어가 거실 쪽을 내려다보니 “Jamie is gone”하며 집사람이 소리친다. 딸네가 와서 아기를 데려간 거다. 허탈하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내려가니 집사람은 소파에 누어있고 아폴로는 그 밑에 바닥의 자기 담요에 누워있다. 나는 안마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코고는 소리가 자잘하게 들려온다. 듀엣으로, 집사람과 아폴로의 가냘프게 코고는 소리. 


 지난 월요일인가 딸네와 같이 저녁을 먹는데 오는 토요일에 손녀딸이 생애 첫 번째로 부모 품을 떠나 오버나잇을 하는 날이란다.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 아기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놀다 올 거란다. 그래 그래라 우리는 편하지 뭐. 이런 심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집사람은 은근히 시샘을 하는 눈치다. 그래도 한다는 이야기가 “너의 시어머니가 힘들겠다”.


 그러더니 토요일 오후에 딸과 사위가 손녀딸을 데리고 우리 집에 오더니 가운데 방에 아기침대를 갖다 놓고 장난감이며 책, 옷 그리고 먹을 것 등을 잔뜩 갖다 놓았다. 시어머니가 감기에 잔뜩 걸려 우리 집에 아기를 맡긴다고 오전에 모녀간에 이야기가 있었나 보다. 딸 품에 안겨있는 아기가 더욱 초롱초롱하고 또릿또릿한 게 이건 내 손녀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조물주의 솜씨에 감탄밖에 나오질 않는구나.


 처음 우리 집에 아폴로가 들어올 때 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거기에 절대로 아기와 또는 다른 동물과 Bull Terrier는 같이 있으면 안 된다고 써 있었다. 그래서 손녀딸이 태어날 즈음 딸과 집사람에게 절대로 아폴로와 손녀딸만 같이 있으면 안 된다고 누차 강조를 했다. 그래서 아기를 주로 자기 시어머니에게 맡기던지 아니면 딸네 집에 집사람이 가서 봐주곤 했다. 


 가끔 손녀딸이 우리 집에 오게 되면 아폴로가 자기도 아기를 보겠다고 점프를 하기도 하는데 손녀딸은 아폴로 얼굴이 자기 앞에 있으면 기겁을 하고 손으로 싫다고 밀어대기도 하고 머리로 도리질을 하기도 한다. 아폴로는 좋다고 따라 다니고 아기는 무섭다고 또는 싫다고 피해 다니는 것이다.


 우리 집은 Side-Split 이라 계단이 몇 개 되지는 않지만 층마다 계단이 있어 손녀딸이 그쪽으로 가면 우르르 몰려가서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뒤에서 받쳐준다. 계단 옆에 붙어있는 전등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기도 하고, 계단에 붙은 난간을 잡고 몸을 당겨 선채로 계단을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하는데, 아폴로가 아기 머리에 코를 들이대면 기겁을 한다. 그래서 내가 아폴로를 톡 치면 주둥이를 찌그리면서 나에게 으르렁댄다. 


 특히 집사람이 밥을 먹이려고 김에다 싸서 아기 입에 넣어주면 아기는 눈을 크게 뜨고 맛있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좋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아폴로의 입이 김에 닿았다. “아이고 못살아” 하고 집사람이 소리쳐도 아폴로는 주저 않고 나는 아폴로를 파리채로 한대 때리고, 집사람은 그러는 나에게 눈을 흘기고…. 그리고 새김을 가져다 주고 먹던 김은 아폴로 차례가 된다. 아폴로가 의도한 대로다. 


 오후 3시 반부터 10시경까지 그렇게 지내다 아기를 침대에 뉘여 재우고 우리도 그만 잠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났는데 아기가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 장난감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있더란다. 할머니를 보더니 강아지를 던지고 두 손을 벌려 안아달라고 하더란다. 날 보더니 씨익 웃는다. 젊었을 때는 여자의 웃음에 끄떡도 안 했었는데, 손녀딸의 웃음에 그만 넋이 나가버리는구나. 


 단 하루 아기를 봤을 뿐인데 집사람에 아폴로까지 넉다운이 되고 말았다. 평상시에는 공을 물고와 나랑 놀자고 졸라대던 아폴로가 방바닥에 퍼져 일어날 줄을 모른다. 손녀딸이 가고 나니 괜히 혼나기도 하고 매도 맞은 아폴로에게 무척 미안하다. 저렇게 퍼질 정도로 놀아줬는데….


 딸네가 와서 아기를 데려가면서 너무너무 편하고 좋았다고 이제 주말마다 아기를 데리고 온다고 했단다. 이거 좋아해야 하나,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하나,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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