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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j
(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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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던 인연(3)
hongsj

 


내가 찾던 인연 1편과 2편을 썼고, 이것은 3편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에서도 요즈음 효자란 보기 드문 일인데, 로버트는 참 효자라는 생각이 든다. 


차 사고 나기 직전 작년 봄, 큐바에서 아버지가 오셔서 3개월 계시다 가셨고, 그 후 큐바에서 어머니가 오셔서 3개월 계시다 가셨다. 왜 따로 따로 오셨다 가셨느냐고 하니 그분들은 옛날에 이혼했기 때문에 마주치기가 거북해서 라고 했다. 로버트는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때 큐바 부모님께 또 다녀왔다.


올해 2018년도 7월 3일에 아버지가 또 오신단다. 로버트가 비행기표도 다 해드리고 모든 경비는 로버트가 댄단다. 효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오랜만에 남편이 로버트에게 전화를 했단다. 오늘 토요일 아침식사 함께 하자 하니 오케이! 하더라는 것이다. 그 날 아침, 로버트와 그의 아들 다니엘과 로버트의 어머니, 우리 내외 하여 5명은 지난번 로버트와 갔던 Valley field 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로버트의 엄마는 64세로 신장 암 말기라는데, 여러 해 동안 고생해서 그런지 얼굴이 나이보다 한 20년은 더 들어 보이는 듯, 저승 문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근력이란 하나도 없이 살짝 웃을 때 보니 위 어금니가 양쪽으로 숭숭 빠져 있었다. 틀니라도 해 넣어야지 저렇게 그냥 두면 어느 날 이빨들이 우수수 다 빠져버릴 텐데 어쩌나.


로버트는 자기 어머니를 깊은 애정 어린 안타까운 눈으로 본다. 어느 날 로버트의 어머니가 저 세상으로 가셨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쪽이 허전해지면서 눈물 젖은 로버트의 눈이 오버랩 되는 것이었다. 로버트 엄마가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로버트 때문에.


로버트의 열쇠고리를 보니 우리와 같이 노란색의 “Fit 4 Less” 라는 텍이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장소로 운동하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 옆에 No Frill 이라는 저렴한 수퍼마켓도 있어서 그곳에서 그로서리 샤핑을 한다는 것이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즐겨 먹는 쟈니스 햄버거도 가끔 즐긴다는 것이었다. 값도 저렴하고 크고 맛있다고, 우리가 다니는 싼 중국 수퍼마켓 Hong Tai, walmart, Foodbasics 등에 간다고 했다.


로버트 하나에 몇 사람이 매달려 있나? 로버트 아버지, 어머니, 아들, 이모, 걸 후렌드, 걸 후렌드 아들 등. 검소하게 살면서도 부모에게는 효도, 모두에게 베푸는 알뜰쟁이 로버트! 그래서 애틋한 정이 더 간다.


지난번 로버트 엄마가 서투른 영어로 한국화장품이 최고라는 말을 했다. 이제는 한국화장품이 품질도 좋아지고 세계적으로 알려지다 보니 큐바 사람들도 한국화장품 이야길 하는가 보다.


한국화장품 라네즈 한 셋트를 선물로 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세수한 다음에 첫 번째로 스킨로션을 바르고 두 번째는 밀크로션을, 셋째는 에센스를, 4번째는 영양크림을 바르는 것이라고, 순서대로 번호를 써 붙여 보여주니, 그대로 해 보겠다며 감사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언어나 풍습이 달라서 그렇지 인지상정이라고 아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는 듯, 손자를 보면서도 이 귀한 내 손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 모습이 어쩌면 그들도 우리네와 똑같은가.


로버트 엄마가 큐바로 간 후, 로버트는 우리 보고 맛있는 것 해준다고 오란다. 비후스튜를 해놓고 샐러드와 밥도 준비했다, 남자가, 그것도 교통사고를 내서 우리 차 고쳐 준 남자가 음식 해놓았다고 먹으러 오라고 한다고 해서 먹으러 가는 나는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비후스튜가 어찌나 맛있는지 두 그릇을 먹었다. 남편은 거의 세 그릇을, 세상에 그 음식이 우리 입에 딱 맞았다. 로버트는 우릴 보고 뭐라 할까? 너희들은 이런 음식 못 먹어 봤니? 몇 끼를 굶고 왔니? 그렇게 생각했을까? 배가 터지면서도 입으로는 계속 들어가는데 이상하게도 꿀맛이었다.


왜 그리 꿀맛이었을까, 로버트는 우리가 잘 먹어서 너무 좋다며 신이 났다.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비후스튜를 요리했던 두껍고 큰 냄비를 들고 와서 긁어서 까지 준다. 


“맛있어? 또 해 줄게” 오마이 갓! 음식을 먹으면서도 로버트의 눈을 마주치기가 좀 부끄럽고 당당치 못함을 나 스스로 느꼈다. 


남자가 해주는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차 사고 났을 때, 내가 로버트의 차 뒤쪽 번호판과 그의 운전면허증을 보자 하며, 내 핸드폰 카메라로 그것도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면서, 혹시나 잘못 찍을 수도 있지 않겠어? 라는 듯, 보란 듯이 사진을 몇 번씩 찍어댈 때, 로버트는 길가 보도블럭에 앉아 살짝 미소의 얼굴로 죄인이 된 양 눈은 땅 쪽을 비스듬히 보고 있었다.


사고로 피해를 입은 쪽에게 미안한 마음인지 살짝 미소를 띠었지만, 심난했던 로버트의 얼굴을 생각하면 약자에게 오만 방자했던 행동이 정말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나의 부족함이 이런 데서 드러난다.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인데, 고의로 엄청난 죄를 지은 것처럼 간주해 버리면서, 혹시라도 이 사고를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뒤집을 까봐. 라는 옹색한 변명을 나 자신에게 하면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지금도 가시질 않는다. 아니 영원히 가시질 않을 지도 모른다. 로버트는 그때 했던 나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묻지도 않았고 물을 수도 없는 질문이지만, 아마도 로버트는 차 고쳐주었으면 그 일은 이미 끝난 일이고, 그 일을 인연으로 주거니 받거니 서로 잘 지내고 있어서 행복해요,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답을 알고 있으면서 나는 보이지 않는 저 멀리서 뭐하고 있는 건가? 마음속에서 혼자 장구치고 북 친다.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아무튼 물심양면으로 더 잘해 주어야지.


차 사고가 나더라도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교훈을 삼는다. 4편을 기대 하시라! (201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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