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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j
(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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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hongsj

 

인도여자 친구가 생겼다. 그녀는 51세, 이름은 자스벌이다. 그녀의 남편과 내 남편이 친구이기 때문에 부부동반으로 자주 만나다 보니 우리도 가까워졌다. 그녀의 남편은 터번을 썼던 정통 인도사람으로 눈동자의 아래에 흰자가 많이 보여, 볼 때마다 코브라를 연상케 해서 처음에는 이질감이 많았으나 차츰 말하는 것을 보니 참 배울 점이 많았다. 내가 짧은 영어지만 그런대로 소통이 되었다.

 

 

 


늘 인도 전통 옷을 입고 치렁치렁한 머리의 상냥한 자스벌은 나보다 키는 약간 작지만, 큰 눈에 얼굴이 예쁘다. 늘 마음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어떤 말이 오고 가든 늘 긍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와는 음식이나 옷이며 머리모양 등 풍습도 크게 다르고 냄새부터가 다르지만, 칭찬해 주면 웃으면서 좋아하며 감사하다고 한다. 좋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알려주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뭐라도 다 묻는다. 알려주면 아 그러냐고 자기도 꼭 해봐야겠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예쁘다.


예를 들면, 겨울 스카프를 하나 선물했는데, 웃으면서 좋아라 하고 목에 걸쳐도 보고, 머리에 써 보기도 하고 어깨에 휘이 둘러도 보고 땡큐! 땡큐! 한다. 우리보다도 경제적으로 더 잘 사는 것 같은데 작은 선물임에도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내가 안부전화 하면 언제든지 오라고 한다. 우리 집은 24시간 문이 열려 있으니, 어디를 오갈 때 언제든 들려서 밥 먹고 가라고 한다. 나한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러는 것 같다. 참 좋은 성격이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는 만나면 화두가 단연 건강이야기다. 자기들은 소고기, 돼지고기는 절대로 안 먹는다는 것이다. 닭고기와 양고기, 계란, 생선은 먹으며, 각종 채소, 특히 향기 나는 채소들, 과일 종류는 다 먹고, 치즈 종류와 가지각색의 잡곡종류, 너트 종류 등을 고루 챙겨먹는다고 한다. 


인도계통 사람들이 머리 좋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향기가 특이한 코리안도(고수)를 자스벌이 좋아한다는데, 나도 그 특이한 향의 코리안더를 좋아한다. 카레 음식을 해놓은 걸 보면 한국식 카레 음식은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거부감은 없어서 조금 먹는데, 코리안더까지 썰어서 얹어 준다. 내가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밥을 한다는데 넓적한 냄비에 흰쌀을 넣고 물을 많이 넣어 뚜껑도 안 닫고 보글보글 삶더니, 쌀이 익었는지 불을 끄고 쇠 체에 받쳐 밥물을 싱크대에 죽 딸아 버린다. 다시 물로 한번 밥을 쓱 씻어 내린다. 끈적끈적한 스타치(녹말= 전분)를 다 뺀다는 것이다. 스타치가 설탕을 만들기 때문에 자기들은 안 먹는다고 한다. 


밥이 풀풀 나른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밥이 쫀득쫀득 차져야 맛있다고 일부러 찹쌀도 조금씩 섞어서 먹는데, 어찌 보면 그들이 혈당 문제에 선진화한 것 같다. 생강을 많이 먹어 몸이 더워서 그런지 풍습이 그런지, 그들은 집안에서 양말을 안 신고 산다.


두 번째는 자녀교육이다.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중점을 둔다고 한다. 우리말로 치면 먼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하면 애들이 집에 있을 경우, 다 나와서 인사를 한다. 무슨 차를 원하시느냐? 하며 옆에 와서 식사 수중까지도 거든다. 큰 아들은 이번 공부 끝나면 치과를 개업한다고 한다. 딸은 변호사 공부를 하고 있다 하고, 막내는 비즈니스를 전공한다 한다.


세 번째는 노후대책이다. 돈과 운동은 필수인데, 어떻게 노후를 보낼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 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얼마나 건전한 생각인가? 거기까지는 동감인데 구체적인 실천이 관건이다.


가족들은 물론, 친척들과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웃에 조카네가 살고, 동생네들도 가까이 살고. 보아하니 친인척들과도 지역적으로나 마음으로나 가까이들 살고 있단다. 


이혼한다는 어느 조카를 불러서 타이르는 걸 보았다. 인도에서 살고 있었다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아이들 교육이고 뭐고 할 수가 있었겠느냐고, 우리가 캐나다에 와서 이렇게 복되게 잘 살고 있는데, 무엇이 불만이냐? 감사가 넘치지 않느냐? 꼭 이혼을 하겠다면 해라, 그러나 거기에 따르는 대가는 분명 네가 치러야 한다는 걸 명심하라며, 꼭 안아주고 등을 다독이며 가르치는걸 보았다.


또 다른 친척들이 집은 사고 싶고 돈이 턱 없이 모자랄 때, 세 집이나 네 집이 모여 똑같이 돈을 내어 다운페이하고 집을 사서 여러 가정이 함께 산단다. 한 10년이고 살다 보면 집값도 오르고 각자 돈도 모았을 테고, 팔아서 똑같이 나눈 다음 따로 집들을 장만한단다. 나도 실제로 그런 인도인들을 본 적이 있다. 우리 한민족하고는 다른 그들의 민족성이 좋아 보였다.


자스벌 남편은 인도 토종의 큰 눈이 꿈벅 꿈벅 대지만, 늘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무엇인가 상대방을 도와주려는 눈빛이다. 상대방은 올려주고 자기는 뒤에서 밀어주고 협조해 주는 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영화배우로 말하면, ‘주연은 당신이 하게! 나는 조연이야’ 조연이 좋다고 한다. 주연은 스타로 떴다가 내려와야 하지만, 조연은 영원한 조연이라고 하며 웃는다. 100%의 행복보다도 80%, 혹은90%에 늘 만족하다고 한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는 가르침 보왕삼매론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인가? 주연 아니면 안 한다는 한국 사람의 정서와는 판이하다. 토론토의 어느 한인 단체들을 보더라도 회장을 해보겠다고 삶의 모든 것을 걸지 않는가? 오호통재라!


자스벌 남편은 삶에 부족한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100%를 원하지 않는단다. 달도 차면 기울어야 하고,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얼마나 지혜로운 말인가. 인도 사람한테 인생의 정수! 또 한 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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