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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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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연이 있기에
hansoonja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는 각종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곤 했다. 그러고 보니 새 이름을 아는 것도 몇 되지 않는데 게다가 새 울음까지 알고 있는 것은 더더욱 몇 안 된다. 가슴을 휘감는 듯한 울음이라면 소쩍새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 울음보다 더 아릿하게 ‘꺾꺾’ 우는 것처럼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니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그 애의 울음이 그러려나 먼 옛날로 돌아가 생각에 젖는다.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여름방학이 되어 매일 집에만 있다 보니 친구들도 만날 수 없어 심심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가슴속을 차지하기 시작한 반 아이를 볼 수가 없어 그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아침이면 혹시 까치가 울지 않으려나 은근히 기다려졌다. 그것은 아침에 까치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소식, 사람을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즈음 화투로 하루 운세를 떼어 보는 것을 배워서는 아침을 먹고 나서 화투로 ‘점괘’를 보기도 했는데, 어느 날 대문에서 뭔가 ‘툭’ 하는 소리가 나서 급하게 나가보니 항공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겉봉에 그 애 이름이 쓰여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적막하기만 하던 날 한 통의 편지는 은근히 기다린 만큼이나 어떤 내용일까 두렵기도 했다. 항공봉투, 그때는 대부분 흰 봉투를 썼지 항공봉투도 그 때 처음 보았다. 봉투 안에는 공책 장에 짤막하게 편지라기보다 메모형식의 편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내용인 즉은 ‘나는 너를 좋아해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애’ 이었다. 연애편지라 할 것도 없는 단문의 편지를 받고는 그 해 여름은 얼마나 달콤했던가. 지금 새삼 돌아봐도 가슴속에만 뭔가 모를 그리움으로 가득했건만 정작 서로 눈이라도 마주 치고 응시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각각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애는 입학한 고등학교가 양에 차지 않아 재수를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만나는 건 고사하고 연락이나 겨우 들으며 지냈는가 싶었는데, 그 다음 해에 그 애는 모 고등학교 톱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으나 정작 고등학교 시절엔 언제 만났었나 만났던 장소도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애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도 잘 했으니 반장이나 회장은 도맡아 놓고 했다. 그런 결과는 공부를 잘 하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책임감이나 통솔력이 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인물이 뒷받침 되었던 것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애는 고3 올라가는 겨울 방학이었다. 우린 그 애가 살고 있던 동네에 있던 스케이트장으로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스케이트를 타고 있던 몇몇의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듯 해서는 우리한테 인사를 했다. 그 애는 전교 학생회장을 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얼굴이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기도 해서 내게 장문의 편지도, 좋아한다 눈을 쳐다보며 말하지 못해도, 공부를 잘 하고, 전교생이 알아볼 만큼의 인물이니 장차 뭘 해도 확실하게 해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 과연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 애일까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했었다.


 그러니 내 마음이 스르륵 풀어지는 것 같을 때면 스케이트장에서 몇몇의 남학생들이 몰려오듯 인사하던 그 순간, 그 애 역시 어깨에 적당히 힘까지 들어가 있었으니 그렇게 듬직해 보일 수가 없어 그 때를 상기해 보곤 했다. 


 그런데 난 대학을 들어가고 그 애는 취업을 하게 되면서 점차 사이가 소원해지더니 대학 3학년 때 내가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우린 저절로 멀어졌다. 그야말로 우리 그만 만나자, 도 아니었고 연락을 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길로 접어들었던 거다. 우리에겐 서로 ‘첫사랑’이기도 했건만 순수하고 여린 가슴에 설레던 핑크빛 감정은 그렇게 서서히 멀어졌다. 


 그 이후 우리는 각자 결혼을 해서 난 딸을 둘 낳고 그 애는 아들 둘에 딸을 하나 낳았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몇 년 지나는 사이 어느 날 그의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때가 서른 세 살인지 그랬는데 달랑 아이들만 남겨놓고 교통사고로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새벽에 친척 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가서 행방불명이 되었단다. 그러니 그 아내는 얼마나 정신 없이 무당집, 점집, 경찰서, 병원 등 안 찾아 다닌 곳 없이 한 달 이상을 다니다가 죽기 전에 잠깐 의식이 돌아와 집으로 연락을 해서 가족을 찾았다고 한다. 


만약 그가 끝내 의식도 찾지 못하고 타계하고 말았다면 아마도 신원 미확인자로 처리되고 말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너무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들리는 소리로는 그의 엄마가 청상으로 살며 그 아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차마 떼어 놓을 수 없어 이미 유명을 달리한 그의 엄마가 미리 데려갔다는 말도 들렸다.


그건 어디까지나 너무 애석해서 하는 말이지 손주 셋이 있는데 모성을 생각한대도 그럴 수 없고 진정 사랑했던 아들이었기에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명에 간 것도 모자라 한 밤중에 뺑소니 차량에 그리 되었으니 그 애통함이야 말해 무엇 할까. 


 나는 그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고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정녕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것이 무슨 업보인가, 왜 그의 아이들이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 너무 가슴이 아파오면서 얼핏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고3 여름방학에 2주 동안 우리시골의 절에 가서 있었던 적이 있다. 난 그때 스님한테 나와 그 남자의 사주를 넣고 물어봤다. 그런데 스님은 아무 말씀도 없었다. 난 순간 우리가 너무 어린 나이여서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스님이 사주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신 것이 아닐까 의아스러웠다.


 훗날 그가 요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이 떠올랐다. 스님은 그 애가 그렇게 일찍 갈 것을 알고 계셨기에 아무 얘기도 없었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인간에겐 분명 타고난 운명, 명운도 있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그의 관계를 알고 있던 어떤 친구는 그와 결혼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가 나와 결혼을 했더라면 그렇게 일찍 비명횡사 하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만큼 그의 이른 죽음은 동창들에게도 너무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이따금씩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얘기를 하곤 했는데 난 전혀 이해도 되지 않았고 무슨 얘기인가 덤덤하게 들었을 뿐이었다. 엄마와 둘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왔을 그가 어린 아이들만 셋을 남기고 떠나고 말았으니 그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살아야 할 그의 아내까지도 애처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 동안 내 삶, 나 살기도 바빴기에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는데 아침마다 그 새소리, 울음소리 중에 울다울다 지쳐 목이 쉰 듯한 새가 있어,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쩌면 그렇게 새의 울음소리도 다양할까 싶어 새삼 놀라곤 한다. 


아마도 그의 혼령이 있다면 그가 그 동안 아버지 없이 살면서 겪었을 삶의 ‘애환’을 이젠 그의 아이들이 셋씩이나 그 삶을 견디며 살아야 할 것을 알기에 그런 ‘처절’한 울음이 나오지 않겠나, 그 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무심해지지가 않는다. 


 그런 울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새는 도대체 어떤 ‘사연’을 가지고 태어난 새 이려나, 아름답고 예쁘고 귀여운 소리도 많은데 어찌하여 그런 소리밖에 낼 수가 없는지 마음이 참 무겁게 아파오는데 어디선가 ‘길 잃은 철새’ 유행가가 들려오는 듯하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무슨 까닭이 있겠지
 돌아가지 않는 길 잃은 철새 밤은 깊어서 
 낙엽은 쌓이는데 밤은 깊어서 낙엽은 쌓이는데
 흐느끼는 소리만 흐느끼는 소리만 

 

 아마도 그의 혼령이 있다면 길 잃은 철새의 심정이 아닐까 꼭, 그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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