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서 온 서른 살 후반으로 보이는 사라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얼굴은 새카맣고 키도 중간키에 살도 많이 찌지 않고 적당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예쁜 여자다. 

 그녀를 관심 있게 본 것은 내가 일을 하는 8시간 내내 그녀의 얼굴을 몇 번씩이나 보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일곱이나 된다는 그녀가 언제 그렇게 밖에 나와서 보낼 시간이 있으며, 담배도 피우면서 하루에도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곤 하니 그녀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가 이따금 떠올려 보곤 할 때가 있었다. 

 얼마동안은 그녀가 아이가 7이나 된다고 하니 남편은 당연히 있으면서 애인을 만나기 위해 가게에 나오는 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아하멧이라는 소말리아 출생의 키가 크고 서글서글하게 생겼으며 똑같이 스몰 커피 트리풀트리풀(설탕, 크림 세 스푼씩)을 마시는 사람들이어서 처음엔 그들이 부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후세인이라는 남자가 아하멧이 사라의 애인이라고 말해주어 그런 사인 인줄 알게 되었다. 사라는 머리가 영리한 정도를 넘어서서 영악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는 하루에도 커피를 몇 차례씩 마시곤 하는데 줄도 서지 않고 다른 사람 서빙을 하고 있는 중에도 주문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서두르라고 까지 얘기를 하기에 경우 없는 여자로는 보지 않기도 했지만, 줄도 서지 않고 새치기까지 하며 그렇게 말하는 여자는 처음이어서 이 사회에서 얼마를 살았기에 그 정도도 알지 못하는지, 한 편으로는 내게 귀찮게 하고 싶은 심리도 있는 것인가 했는데, 그녀가 창녀인 것을 알고 난 후로는 급하게 지나가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고, 그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어 그렇게 무례함을 무릅쓰는가 싶었다. 

 언젠가는 도넛 한 박스를 사면서 20불짜리와 잔돈을 내놓기에 빨리 계산을 못하고 있으니 나보고 ‘고투 스쿠울’(학교 가서 배워)이라고 반은 빈정거리듯 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내가 출근을 하게 되는 오후 2시 30분이 넘는 시각에도 가게에 와서 있는 때가 많아 내 옷차림을 보고는 어떤 날은 섹시하다느니 원더풀이라고 하기에, 난 나 자신이 섹시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나 그녀 얘기를 듣고 보니 내게 그런 매력은 있는 거야, 생각도 해보게 하였다. 

 하긴 그녀가 주로 입고 있는 청바지나 검은색 계통의 옷에 모자도 모양을 내기 위함이기보다는 바글바글한 머리를 그냥 감추기 위해 쓰기라도 하는 양 청 모자를 쓰고, 발도 새카만데 슬리퍼를 신고 있으니 저러고 다니다가 집에 들어가면 발이나 씻으려나 쳐다보곤 했다. 

 그런 그녀의 차림에 비해 여름에도 하얀 스타킹에 반바지를 입고 옷에 모자도 제법 어울리네 싶은 것으로 몇 개씩 번갈아 가며 쓰고 다니니 때로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심술을 부려 보고 싶은 심사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화려한 그들의 고유 의상을 차려 입고 나왔기에 너무 예쁘다고 얘기하며, 그런 정도면 얼마나 주면 살 수 있느냐고 했더니 100불은 넘으며, 그녀 엄마가 해줬다고 하기에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창녀인 것을 몰랐던 어느 날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며 식구들에게 그녀 얘기를 하며 우리네는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사 마시기도 쉽지 않은데, 그녀는 아이가 일곱이나 된다는데 집안일은 어찌하는지 매일 나와서 담배에 커피도 몇 잔을 사 마시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큰 딸 하는 얘기가 흑인이라고 다 못 사는 것 아니라며 부모가 상당한 재산가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내게 편견을 가지지 말라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내가 그녀에게 아이가 일곱이 맞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기에 그 아이들은 누가 다 돌보느냐고 했더니, 그녀가 다 알아서한다며 쓸데없는 걱정한다는 듯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 날 가게엘 나갔더니 아이들 넷이서 가게 안을 왔다 갔다 해서 신경이 쓰여 안 되겠다 싶어 그만 집으로 가라고 말해 주었다. 마침 방학이어서 아이들이 아빠나 엄마를 따라 나왔다가 어른들은 밖에 있으면서 아이들은 시원한 가게 안에 앉아서 놀고 있는 것이겠지 생각은 했지만, 다른 손님도 있고 해서 좀 야박한 것 같아도 안 되겠다 싶어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 지나 사라라는 그녀가 들어 와서 언성을 높이며 너 날 알지 않느냐며 삿대질이라도 하려는 기세여서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랬다고 했더니, 아이들에게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더니 저 아이들이 시끄러우면 경찰을 부르면 될 것 아니냐며 휑하니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언젠가는 아이들 일곱을 다 데리고 나왔는지 1소대가 행진하듯 지나기에 내다봤더니 아이 하나는 유모차에 태워 끌고, 나머지는 뒤에 따라서가기에 아이들 수를 세어보니 과연 일곱이었다. 매일 같이 나와 있는 다른 여자도 그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듯 일행이 되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흑인 남자가 와서 커피를 몇 잔 주문하기에 한 잔은 사라 것이 맞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녀의 아이가 일곱이라는데 남편이 있느냐고 물어 봤다. 그랬더니 그 남자 하는 얘기가 그녀는 지금 남편이 없으며, 세 번이나 이혼을 했고, 그 아이들도 아버지가 다 다르다고 하는 데야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섹시 우먼이며, 늘 새로운 남자를 찾는다고 하는 말에 역시 창녀임을 알게 되었다. 

 창녀야 그녀의 생계 수단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을 왜 일곱씩이나 낳았는지 그녀의 영악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 알 수 없는 여자일 수밖에 없었다. 

 소말리아에서 온 남자가 소말리아는 한 여자, 한 남자가 결혼을 하면 이혼도 잘 하지 않는데 저 여자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집안의 흉 거리를 남이 알기라도 해서 민망한 듯, 내게 남의 일이지만 변명하듯 얘기하는 것이었다. 

 우리네는 일부종사를 하지 못하고 살아도 ‘기구한 팔자’라는 표현을 쓰며, 팔자가 사나워 남의 자식을 기르며 산다고 한탄하는 소리도 듣는데, 아버지가 각기 다른 아이들 일곱을 둔 여자는 어떻게 표현을 하고 설명해야 하는지 내 머릿속까지 어수선하기만 했다. 

 우리네 표현대로라면 기구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싶고, 혼자서 그 많은 아이들과의 생계는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 난 상상도 하지 못하겠고, 그 가슴속까지야 정말로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엔 고민도 하는 것 같지 않고, 한숨도 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영원히 “사라 파이팅!”하고 외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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