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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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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전화(하)
hansoonja

 

 (지난 호에 이어)
 그런데 그 불편하다는 것이 그동안 어느 만큼의 형편에서, 얼마동안이나 익숙해져 있었느냐에 따라서 다르기도 할 것이며, 생활 형편을 낮추고, 맞춰 가는 과정이 부부간이나 아이들과의 갈등이나 마찰을 겪게 되는 동안이라고 봐야한다. 


 그 동안을 잘 맞추고 견디며 이겨내는 가정은 그런 대로 가정이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수 있으나, 서로 맞추지 못하고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 더러는 이혼을 하는 부부도, 아이들이 가출을 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질이란 가정생활을 영위해 가는 데 필수적인 것이어서 그 물질이 적당할 때에 가정생활 또한 원만하게 꾸려갈 수 있다. 그 물질이 너무 부족할 때엔 기계에 기름칠을 해주어야 잘 돌아가고 그렇지 않을 때엔 고장이 잦거나 멈추기는 것과도 같다. 


 반면에 물질이 많아 넘칠 때엔 윤택한 살림은 꾸려갈 수 있으나 부모와 자식 형제간에도 오히려 그 넘쳐나는 물질로 해서 반목하거나 사이를 벌어지게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는 농사를 지으면서 물이나 햇빛이 적당해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이 너무 부족할 때엔 가물어서, 너무 많으면 홍수로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다.


 그렇듯이 가정에서는 주부의 인내나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전과는 달리 주부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남편과 같이 벌이를 할 때에는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여자가 살림을 하고, 남자가 밖에 나가서 돈벌이를 할 때에는 남자들은 여자를, 심지어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처자식을 벌어 먹여야 한다고 실제로 극한 상황에서는 그리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처자식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푸념이나 한탄은 하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여자가, 아내가 돈을 벌어 오지 못한다든지, 살림을 잘하지 못해서 남자 쪽에서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남자가 집에서 놀고, 여자가 나가서 살림을 꾸려갈 때에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내가 왜? 남자, 남편을 벌어 먹여야 하느냐며 그 자체만으로도 불만이 가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여자는 모성애가 강해서 자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고, 하겠다는 각오는 되어 있으나 남자, 남편에게서는 오히려 보호받고, 그런 상황에 길들여지고, 그러기를 원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지, 남자가 집에 있으면서 여자만큼 살림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을 냉대, 하대하기 십상이니 여자들만의 또 다른 이기심을 보는 듯하다.


 물론 요즈음은 여자가 직장을 다닐 경우 남자가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남자도 점차 늘어가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가부장적 사고, 의식에 젖은 탓인지 그런 경우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직장에서 밀려나 일자리를 잡지 못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점차 기가 죽고 열등의식까지 사로잡히게 되어 집안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그런 분위기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이 되다 보면 남편은 자신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람처럼 생각이 들고, 더러는 아내 자신이 돈을 벌게 되니 돈벌이도 못하면서 성격도 점점 나빠지는 남편에게 점차 정이 떨어지게 되며 멀어지게 되니 차라리 그럴 바엔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며 이혼을 하는 부부들도 늘어나게 된다.


 자식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 주면 좋겠지만, 부모의 욕심만큼 해주지 못한다 해도 부모와 자식관계가 그대로 있듯, 남편과 아내도 그런 사이였으면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엔 자식을 생각해서 살게 될 때가 많다. 그러나 시대가 급변하면서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다 보니 이젠 자식을 위해서 참고 살기보다는 과감하게 헤어지고자 하는 부부들이 늘어 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생각해본다면 자식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자식으로 인해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내 삶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빼고 나면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 때가서는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며, 혼자서 물질적인 풍족함 속에서 산다한들 그게 뭐 그리 의미가 있겠는가 싶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괴롭고 힘에 겨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남편과 자식으로 인해 고통 받고 부딪친다하여 남편과 헤어지게 되면 얼마 동안은 편하고 홀가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생각하고 걱정이라도 할 수 있는 자식이 있고, 또 같이 의논하고 염려할 수 있는 남편이 옆에 있는 것만도 너무 고맙고 다행스러울 때가 있으리라. 그것은 나이 들수록 외로워서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산다고는 하나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된 경우엔 그 아이들이 부모가 생각나고 보고 싶을 때엔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상황에 따라서 엄마 아빠를 따로 만날 수도 있겠으나 그리되면 때때로 보고 싶어지는 손자들도 마음 놓고 볼 수 없게 되니 그런 저런 점을 감안해도 결국엔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됨이 오히려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을 나이가 들었음인지 난 남편의 그늘 안에서만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으니, 그 동안 잊고 묻혀 살았던 남편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전화 두 통의 “사랑 한다”는 말로 돌이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내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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