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유리의 단점을 보완한 신개념의 유리들이 개발되자 현대 건축에서 유리의 사용은 더욱 광범위해졌다. 

 특히 골조와 외부 입면을 구성하는 부재가 서로 분리되어 커튼처럼 입혀져 있는 Curtain Wall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경우 통유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도시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또한 기존의 건물에 대한 증축으로 유리를 사용하여 현대적 감각의 강력한 대비효과를 내는 시도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오늘날 유리를 주요자재로 이용한 건축물은 무수히 많으나, 여기서 몇 개의 현대적 유리 건물들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1. Louvre Pyramid 

 세계적인 중국계 미국 건축가 I. M. Pei가 1987년 디자인한 유명한 유리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동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중의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증축 부분이다. 

ㄷ자 형태의 세개의 날개로 구성된 루브르 박물관 중앙 광장에 위치하여 Main Gate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증축된 부분의 모든 중요 요소를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에는 유리로 된 피라미드를 설치하여 기존 건물을 크게 가리는 일을 피함과 동시에 피라미드로 상징되는 역사상의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현대 서구건축물의 고고학적 기원을 보여주고 있다.  

 
 프레임을 얇게 처리하고 투명한 유리를 써서 기존의 루브르 박물관의 본체를 가리는 일을 피하였는데, 이는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판유리가 불순물 때문에 연한 녹조를 띄었던 것을 감안할 때 유리 건축의 새로운 발전을 이룬 것이라 하겠다.

 2. China Nationa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중국 북경, 國家大劇院)

 2007년 개관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연장으로서 프랑스 건축가 Paul Andreu가 설계하였다.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 홀, 드라마 센터로 구성되어 있는 건물로서, 총면적이 21만 7천 평방미터에 달한다. 

 건물 표면은 티타늄 소재의 금속판과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주변의 인공호수에 비친 모습은 마치 거대한 알을 연상시킨다.  

 3. Michael Lee-Chin Crystal, Royal Ontario Museum(ROM)

 2007년 건축가 Daniel Libeskind에 의하여 디자인된 ROM의 증축 부분이다.  
 자마이카 출신의 캐나다 사업가 Michael Lee-Chin이 ROM에 $30Million에 달하는 발전기금을 기부한 것을 기념하여 Michael Lee-Chin Crystal이라 부르게 되었다. 건축가 Libeskind는 한국의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 아이파크 타워를 설계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도시란 “건축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내기 위해 사용하는 도화지나 장난감”이라고 주장하던 그는 어느날 ROM에서 열렸던 집안 결혼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영감이 떠올라 이 건물의 시안을 냅킨에 그렸다고 한다. 

 기존의 ROM건물에 접목된 이 증축 부분은 유리와 스틸을 사용한 도발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사람들의 비난에 대한 Libeskind의 말을 여기에 인용해본다.

 "Why should one expect the new addition to the ROM to be business as usual? Architecture in our time is no longer an introverts business. On the contrary, the creation of communicative, stunning and unexpected architecture signals a bold re-awakening of the civic life of the museum and the city." - Daniel Libeskind

▲냅킨에 그려졌던 Libeskind의 스케치

 이상의 일부 예에서 살펴보았듯이 유리를 전면에 내세운 건물들은 도시에 새로운 미학을 더해주는 개성있는 건축물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건물의 유지를 위해서는 인공적인 환기시스템과 냉난방 시설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관리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즉, 단열에 취약한 유리가 과도하게 적용된 건물의 경우 여름의 온실효과와 겨울의 과도한 열 손실에 의한 난방부하가 문제가 되며, 쾌적한 습도의 유지도 큰 관건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새로운 첨단 부재의 개발과 더불어 유리의 지혜로운 활용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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