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의 개념과 증상 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후유증에 대한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교통사고 시 부상 정도가 심하여 입원과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간단한 검사 후 일상 생활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병 자체가 진행되는 동안에 일어나는 변형이나 기능장애를 증상이라고 하며 후유증과는 구별된다. 후유증은 질병.손상.사고 등이 원인이 되었던 문제가 발생된 이후 남은 병적인 결과를 말한다. 질병이나 외상으로 조직이 파괴되거나 영구적으로 손상될 때, 병의 회복 과정에서 변형이나 장애를 남길 때 이를 후유증이라 한다.

 사고 당시 의학적 검사로는 정상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사고 이전보다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고 피로하거나 사고 당시 아팠던 부분이 계속 통증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증상을 교통사고 후유증이라 하며 그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고 당시 염좌로 인한 과도한 근육 긴장, 연부조직(관절.근육.근건 등)의 부종과 염증으로 인한 통증, 목이 앞이나 뒤로 과도하게 꺾이면서 생기는 자율신경 손상, 충격이 전신에 전해져 생기는 손발 저림이나 근육통, 굳은 근육이 혈관을 압박해 생기는 어지럼증.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불면.불안.우울.가슴 두근거림.차와 운전에 대한 공포심 등 정신과적 증상이 신체적인 문제와 결합하여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 중에서 병적 상태로 진단할 수 없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하여 한의학에서는 교통사고 당시 충격으로 생긴 어혈(瘀血.extravasated blood)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교통사고 시 미세혈관이 파열되어 발생한 혈액이 흡수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어혈을 제거함으로써 기혈을 원활하게 순환시켜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어혈은 몸에 있는 혈액이 어떠한 이유로 제대로 돌지 못하고 체내의 어느 부분에 정체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전신의 혈액 흐름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혈액 흐름이 막혀서 경맥 내에 혈액이 머물러 있거나 또는 혈액이 경맥 바깥으로 새어 나와 조직 틈 사이에 흩어지지 않고 쌓이면 어혈이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풍.한.서.습.조.화의 육음과 희.노.우.사.비.공.경의 칠정 등을 원발성병인이라 하고, 어혈은 담음과 함께 속발성병인이라 한다. 원발성병인은 최초로 생기는 병의 원인을 의미하며, 속발성병인은 어떠한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중에 일어나는 병의 원인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담석이 있어 담낭염이 발생한 경우 담석증이 원발성이고, 담낭염은 속발성이다. 따라서 몸에 어혈이 형성되는 경우는 내외상이나 교통사고 등의 원인으로 혈액이 경맥을 벗어나 체내에 쌓였을 때와 기허.기체.혈한.혈열 등의 원인으로 혈액의 운행이 원활하지 못해 응체되었을 때이다.

정체되어 흐르지 못하는 혈액을 어혈이라고 하는데 이를 적혈(積血) 또는 축혈(蓄血)이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어혈의 위치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진단할 수 있다. *상초축혈은 어혈이 인체의 상부에 쌓인 것으로 사고 이후에 두통.어지러움.건망.이명.메스꺼움 등 자율신경 이상 증상이 생긴다.

*중초축혈은 어혈이 인체의 중부에 쌓인 것으로 사고 이후에 소화불량.전신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혈이 중초에 쌓이면 가슴이 그득하고 몸이 누렇게 되며 양치만 하고 물을 삼키려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초축혈은 어혈이 인체의 하부에 쌓인 것으로 사고 이후에 대소변의 장애 및 하복부 통증이 보인다. 혈이 하초에 쌓이면 발광하고 변이 검으며 아랫배가 단단하고 아프다고 하였다. 

어혈이 정신적인 기능을 주관하는 경락인 심경.심포경이나 삼초경에 머물러 있게 되면 어지럼증.불면.가슴 뜀이나 불안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후유증이 나타난다. 한의학적으로는 심신불교.심비허손으로 변증하는데 때로는 정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장기 기능의 장애도 발생하여 교통사고 이후 자주 더부룩하고 울렁거리고 메슥거리는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 주위에 순환 장애가 발생하여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고 시 충격을 받지 않은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주로 경추.흉추.요추 등 척추를 따라서 발생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한 과거 연구에 의하면 인체의 손상부위는 남자는 목.허리 순이고, 여자는 목.어깨.허리 순으로 나타났다. 주 증상의 분포도 남녀 큰 차이 없이 두경부와 요협부의 염좌가 높았다. 치료 형태는 대부분 침구요법.물리치료.부항요법과 한약치료가 주종이었다. 

한국의 경우 교통사고 시 한의원에서도 자동차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듯이 토론토에서도 한의원에서 치료 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보험사로부터 치료와 금액 한도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많은 분들이 패밀리닥터나 변호사 등을 통하여 치료기관을 소개받아 치료를 받다가 치료가 안 되면 뒤늦게 한의원을 찾아오기 때문에 한의원에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침과 뜸은 인체의 기혈 순환을 조절하여 후유증의 원인이 되는 어혈을 제거 함으로서 몸에 나타나는 통증이나 부종 등을 완화시킨다. 한약은 어혈 제거와 관련된 약재를 사용하여 기혈의 부조화를 바로잡고 뭉친 어혈을 풀어준다. 부항은 통증이 있는 국소 등에 관을 흡착시켜 혈액을 맑게 정화하고 경락의 소통을 원활히 한다.

특히 부항사혈요법은 피부와 근육 내의 막힌 혈액을 빼내어 사고로 인한 통증 완화와 소통을 신속히 하도록 도와준다. 교통사고 시 처방하는 한약은 초기에는 활혈거어 작용 위주의 계지복룡환이나 통도산을, 중기에는 이기순기 작용 위주의 오적산.서경탕 등을, 말기에는 보기혈 작용 위주의 보음탕.사육탕 등이 좋다.

또한 각자의 후유증에 알맞은 허리비틀기.젖히기 등의 스트레칭도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증상을 호전시켜 준다. 집에서 하는 반신욕이나 환부 찜질도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반신욕 시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도로 10-20분간 하면 좋다고 한다. 환부 찜질은 찜질 팩을 사용하거나 수건에 더운물을 적셔서 하면 된다. 이 경우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빨간 고추 서너 개와 물 한잔을 같이 넣어 달인 다음 그 물에 거즈를 적셔 환부에 붙이고 수건을 덮으면 된다. 다만 습포를 붙인 뒤 발진.가려움.발적 등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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