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면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았으며, 이번 호에서는 한의학에서 본 수면장애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서양의학에서 수면은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무의식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의식은 없거나 줄어들고, 감각기관이 상대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며 거의 모든 수의근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드는 것으로 각성과 구별되며, 쉽게 의식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겨울잠이나 혼수상태와는 구별된다. 

 한의학에서 수면은 영위기혈의 순행에 따라 오매(寤寐.자고 깨는 것)가 교대로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으로 음양소장(陰陽消長)의 과정으로 본다. 인체는 위기(衛氣.인체를 외사로 부터 방어하는 기능을 가진 기운)가 낮에는 양분을 순행하고, 밤에는 음분을 순행한다. 즉 위기가 주간에는 인체의 외부를 주행하므로 이목구비(귀눈입코)가 양기를 받아 깨어있고, 밤에는 신체의 내부를 주행하므로 이목구비가 양기를 받지 못해 잠자게 된다.

 기혈이 왕성한 젊은이는 위기가 정상적으로 잘 순행하므로 낮에는 양기가 충실하여 정명하고, 밤에도 양기의 내입이 원활해 수면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연로하여 기혈이 쇠퇴하고 오장의 기능이 약해지면 위기가 제대로 순행하지 못하여 낮에도 정명하지 못하고 밤에도 숙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陽氣盡 陰氣盛 則目暝 陰氣盡 而陽氣盛 則寤矣). 

 수면과 관련된 꿈(夢)에 대하여 한의학에서는 "정신이 사물과 작용하여 생긴다"고 하였고, 또 "형체가 사물과 접촉하면 일이 생기고 정신이 사물과 접촉하면 꿈이 된다"고 하였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장부와 영위혼백이 혼란스러워져서 잠을 잘 때 편안치 않으면 꿈을 꾸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꿈을 꾸지 않는 상태가 건강한 상태이고, 오장의 허실에 따라 꿈의 내용을 다르게 보고 있다. 

 한의학에서 수면장애는 불면(잠 못 자는것).다면(잠이 지나치게 많은 것) 등 수면-각성장애, 다몽.몽유 등 꿈과 관련된 장애 및 몽어(잠코대).계치(이갈이) 등 수면 중에 이상 행동을 보이는 장애로 구분한다. 결국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이상수면과 사건수면의 분류방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수면이나 꿈과 관련된 수면장애에 대해서 장부의 불균형과 음양기혈의 부조화로 보기 때문에 서양의학에 비하여 영혈부족.위중불화와 같은 신체적 상황을 더 중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불면(不眠)은 잠들기 힘들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실면.불매.부득와.소매 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입면곤란,수면 중의 반복되는 각성상태, 새벽에 일찍 깨는 것,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든 것 모두 불면에 포함된다. 다만 갑자기 정신적인 심한 자극이나 지나친 생각으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통증.기침.숨가쁨 등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불면 사유는 증상에 따라 여러 형태로 진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정혈이 부족하여 음허 해지면 내열이 생겨 상충하므로 흉중이 답답하여 안면을 취하지 못한다. 특히 신허로 신기가 상승하지 못하면 심화만이 홀로 성하게 되어 수면을 이루지 못한다. 이를 음허내열 또는 심신불교라고 하며, 한약으로는 자음청화 시키는 천왕보심단.산조인탕 등을 처방하고, 신문.안면.삼음교.신유.태계 혈 등에 자침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단에 따라 한약.침.뜸 등을 처방하고, 용천혈 자극법 등 기공요법이나 부항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면(多眠)은 노곤해서 잠을 많이 자거나 계속 조는 증상을 말한다. 다와.기와.기면.선면 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수면의 과잉 상태뿐만 아니라 자의로 잠을 자고자 하는 욕구의 조정이 불가능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를 포함한다. 

 선천적으로 품부 부족으로 인한 허약, 과로 등으로 인한 비위지기 손상, 질병을 앓고 난 후 비기의 손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비기허약이나 담탁으로 인해 기기의 승강이 실조되어 습담이 발생한 담탁조체 등이 원인이 된다. 다면은 부르면 깨어나 주위 사물에 대하여 반응하고 주변 환경과 친소를 구분할 수 있으므로 인사불성.의식상실을 특징으로 하는 혼미와는 구분된다.

 한의학에서 수면장애는 심.비.간.담.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증상에 따라 실증과 허증으로 구분한다. 허증에 의한 수면장애는 몸 안의 정기부족인 혈허.음허.기허 등과 관계가 있으므로 치료시 정기를 보하고 안신시키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실증의 경우에는 사법을 사용하여 안신시키는 방법을 이용하지만 실증 보다는 허증에 의한 수면장애가 많다. 

 꿈과 관련된 병증에는 다몽.몽유.몽엽.몽경 등이 있다. 다몽은 잠을 자면서 꿈을 많이 꾸는 증상을 말하는데 꿈이 많아서 숙면을 못 취하고 항상 수면 부족감을 느끼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수도 있다. 주요 원인은 선천품부 부족,칠정.과도 등 허손 발생이 주요 인자가 될 수 있으며, 주로 심.간.신의 문제가 작용한다.

 몽유(夢遊)는 특별한 이유없이 수면 중에 기상하여 활동하고 깨어난 후에는 그에 대해 자각 못하는 증상이다.

심기허를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에는 선천 품부부족.칠정울결.노권과도.음식부절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몽엽(夢?)은 수면 중에 가위눌리는 것을 말하는데 무서운 악몽이나 위기에 처하는 꿈을 꾸고 잠꼬대를 하거나 놀라서 잠을 깨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원인으로 정신쇠약과 장부허손, 병사의 침입에 의하여 담열혈어가 된 것으로 본다.

 몽경(夢驚)은 수면 중에 악몽으로 깨어나서는 분명히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인은 심기부족으로 치료는 보익의 법을 이용하고, 실한 것은 담열.적체.어혈이 원인 이므로 거사안신의 치법이 이용된다. 기타 몽교(夢交)와 몽유(夢遺)가 있다. 몽교는 수면 중에 실제 상대없이 성교하는 꿈을 꾸는 것으로 깨어난 후에는 정신이 황홀하고 피로와 무력감을 느낀다. 몽유는 남자들이 수면 중에 정액이 저절로 외설되는 증상을 말한다.

 성인 여성의 몽중교접이나 정액이 충만해 보이는 남성의 몽유 현상은 생리적인 것으로 본다. 다만 이러한 증상이 빈번히 나타나 정신적.신체적 증상으로 보이면 병증으로 보고 허실을 구분하여 치료한다.

 수면장애에 대하여 10차례에 걸쳐 게재하였다. 나름대로 수면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기대하며, 삼성서울병원에서 올린 글 중 '건강엔 잠이 보약인 6가지 이유'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 둘째 비만 및 당뇨 예방, 셋째 안전사고 예방, 넷째 행복감 증가, 다섯째 고혈압.심장질환 예방, 여섯째 면역력 강화이다.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으로 수면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고, 다음날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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