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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작은 인연들
baikkj

 

 내가 제2의 인생으로 들어온 지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60세가 지나면서 오랫동안 많은 생각 끝에 내려야 할 결정들을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함께 일해 온 의사가 일하던 클리닉에서 떠나감으로써 나의 어려운 결정을 쉽게 만들어 주었다. 


 막상 평생 해오던 일을, 더욱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늦게까지 해온 공부, 그래서 오랫동안 나이 들어 즐기고 싶은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던 차에 다른 사람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어 시원함과 섭섭함으로 정리해 주었다.


 시간적 여유로움에 가끔씩 찾아오는 오솔길 산보를 친구와 함께 걷는 시간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결이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갈 때 나는 기다리던 산책길을 찾았다. 시냇물은 불어서 힘차게 밀려 내려오고 발가벗은 나무들은 새 순을 피울 준비를 하느라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가 힘차게 귓전에 울려온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새 생명은 봄을 준비하느라 서로 경주라도 하듯 달라지는 모습이 경이롭기만 하다.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언제부터 내가 자연에 이토록 마음을 두게 되었는가? 아마도 세월이, 아니 나이가 그렇게 나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원인이 되리라. 


 누가 돌봐주지 않고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이루어진 이 계곡에 태어난 이름 모를 가지각색의 잡초들, 봄에는 그냥 볼품없는 풀로서 자라나서 여름의 푸르름을 숲속의 나무들과 함께 공유하고, 가을이 오면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빛과 모양으로 산보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들이  야생초다.


 며칠 전 친구와 시간을 맞추어 가을의 문턱을 즐기고자 이 오솔길을 찾아왔다. 가끔씩 오는 낯설지 않은 조용한 이곳은 우리의 속삭임을 엿듣기라도 하듯 조용히 반겨준다. 


 젊어서 나의 삶은 고속도로를 달렸고, 가정과 직장일 그리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배움의 시간들 밖에는 기억나는 일이 없다. 남들이 24시간을 살아갈 때 나는 25시간이 주워졌고, 시간의 할애도 벅찼던 젊은 시절, 아름다운 자연에 눈길 한번 돌릴 겨를도 없이 세월이 그렇게 흘러, 사회에서 정의하는 노인의 문턱에 서있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 빈둥지가 된 지도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요즈음은 내 시간이 허락되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날들을 더듬어 본다. 앞으로의 날들이 지난 시간에 비해 짧게 남아있다는 가슴 서늘한 자각 때문일까?


 어머니가 이곳에 계실 때 막내딸의 보금자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기 전에는 고국을 가실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결혼이란 것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떠나심을 편히 해드리기 위해 결혼이란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 계시는 동안 당신에게는 철창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하셨으니 언어와 환경에서 오는 부자유가 얼마나 속박이었으면 10년을 사시고도 미련 없이 고국에 두고 온 아들에게 돌아가셨을까?


 나는 결혼이란 것이 어떤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지도 미처 깨닫기 전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 결심을 하였고, 우리의 선택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의 힘든 경주의 삶이었다. 


 그런 세월속에 살아가면서 아빠에게 닥쳐오는 건강문제는 내 작은 등에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벅찼고, 그 짐들은 나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었다. 20년 넘게 병원과 함께 해온 남편은 원인 모를 고통속에 약과 술을 친구삼아 살아가는 삶을 계속해야 하는 긴 시간들로 채워진, 그래도 존재해 있음에 감사해야 함이 위로로 다가온다.


 돌이켜 보면 끊임없는 시련들은 나를 용광로란 형체변형을 하는 곳으로 데려다 놓고 달구었다. 나이가 먹어감에 그 아픔과 힘든 세월들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는지.


 46년이란 병원 생활에서 여러 모습의 환자들을 돌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매순간 고통을 겪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인생의 수련자로 살아왔다. 나와 인연을 갖은 모든 사람들은 나를 성숙시킨 스승들이며,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이루어지는 여정이다.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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