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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그랜드캐년 트레킹(2)
Imsoonsook

 

 협곡에서 뿜어내는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한 시간 여 내려왔을 즈음 ‘시다 릿지’(Cedar Ridge)라는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트레킹 시작 후 처음 맞는 휴식장소라 여간 반갑지 않았다. 휴식은 물론 에너지 보충도 필요했지만 잠깐이나마 가시거리의 협곡을 편안하게 음미하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던 참이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도착한 시다 릿지는 트레킹을 하는 동안 내내 보아왔던 회색빛 바위 숲에서 갑자기 부드럽고 메마른 황토 분지로 바뀌어 있어 어리둥절했다. 영화 마션(Martian)의 주 무대인 아시달리아(Acidalia) 평원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불현듯 우주의 한 공간이 연상될 만큼 몽롱한 느낌을 주는 짙은 오렌지색 분지는 수면부족에서 온 혼미함까지 겹쳐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일게 했다. 


 아침햇살이 계곡으로 서서히 번져가는 광경을 음미하며 잠깐 동안 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 위에 섰다. 나무 그늘은커녕 식수조차 없는 악조건의 트레일에서 서늘할 때 한 걸음이라도 더 걷는 게 나중의 고생을 줄이는 길이었다. 


 30km, 하루 동안 걸어야 할 거리였다. 그랜드캐년 트레일 중 양대 산맥인 ‘카이밥 트레일’에서 하강하여 콜로라도 강을 찍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로 올라오는 U자 코스에 열두 명 하이커들이 감히 겁도 없이 도전장을 냈다. 


 지형의 난이도, 유월의 땡볕, 그리고 공원측이 제시하는 일일 하이킹 한계치의 세 배에 달하는 거리 등 여러가지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였지만 아슬아슬한 절벽길을 한 구비 돌때마다 새로운 힘이 불끈 솟아올라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첫 휴식 장소에서 제대로 에너지를 충전한 일행은 거침없이 하강했다. 시시때때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하고 비탈길 능선을 타며 스릴을 만끽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동안 기분 좋은 하이킹을 하다 근거리의 계곡을 내려다보았다. 움직임이라곤 전혀 없었던 계곡 사이로 콜로라도 강물이 구비치고 있었다. 

 

 

 


 거의 다 내려왔다는 안도감과 그토록 가 닿고 싶었던 곳이 불과 몇 백 미터 전방으로 다가오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뭔가 잘못됐음이 감지되어 흩어진 일행들을 살펴보니 이미 지름길로 들었어야 할 다섯 명의 멤버까지 열두 명 전원이 같은 선상에서 걷고 있었다. 사진 촬영과 함께 후미를 담당했던 우리부부는 각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리라 믿으며 내 길에만 심취해서 걸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도를 꺼내어 지나친 지름길을 추적해 보았다. 첫 휴식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Tonto trail ->, 그제야 놓친 지름길 초입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황급히 내려오다 Tonto를 Toronto로 잘못 읽어 주춤했던 곳이었다. 호기심에 길이 꺾이는 곳까지 쳐다보다가 돌아섰는데 누누이 기억했던 그 지명임을 왜 인식하지 못했을까. 눈앞에서 길을 놓친 내 자신 그리고 지름길 리드로 지명된 맴버 등 첫 휴식 장소에서의 감흥에서 벗어나지 않아 생긴 사고였다. 먼 길 앞두고 평상심 회복이 관건이었다.


 일행은 한동안 진퇴양란에 빠졌다. 다시 지름길로 되돌아가는 것도, 그렇다고 함께 계속 강행군을 하는 것도 체력이 약한 그들에겐 무리였다. 지나온 길은 일정의 삼분의 일에 불과할 뿐 남은 분량과 난이도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강변 모랫길을 수 킬로 걸어야 함은 물론 내려 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하는 과제가 산재해 있었다. 


 그들은 궁여지책으로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조그만 소로를 따라 만남의 장소인 ‘인디언 가든’으로 향했다. 동서로 흐르는 강은 좋은 길잡이가 될 터였지만 이미 오브 페이스를 한 그들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 걱정되었다.


 드디어 그랜드캐년을 남북으로 잇는 서스펜션 브릿지(Suspension bridge)를 건넜다. 마지막 절벽길에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푸른 강물을 내려다보며 용케 참은 내 자신이 대견했다. 무려 4시간에 걸친 하강에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발가락에서 진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그토록 선망했던 콜로라도 강변에 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설익은 밥에 밑반찬 몇 가지, 전날 산책길 소동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우리는 큰 소망 하나 이룬 성취감으로 그 시간도 행복할 수 있었다.


 재출발에 앞서 부푼 발을 강물에 담그고 잠깐 휴식 시간을 가졌다. 매끈한 돌에 허리를 기대고 지그시 눈을 감으니 들리는 것이라곤 물과 바람 소리뿐, 고요함의 극치에서 마음은 이미 지상 낙원을 거닐고 있었다. 


 ‘출발 5분 전’ 외침과 함께 달콤한 일탈에서 돌아와 다시 행장을 꾸렸다. 애초의 계획은 그곳에서 정오의 햇볕을 피할 예정이었으나 지름길 팀의 안위가 걱정되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짧게 누려던 그 여유로움 뒤에 큰 일이 있으리라곤 누가 감히 상상이라도 했을까. 돌아보면 하루 중 가장 평화로웠던 시간은 그곳 콜로라도 강변에서의 십여 분이 고작이었다.


 긴 고행 끝에 온 소중한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 부러운 마음으로 돌아보며 강변 모래톱으로 발길을 옮겼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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