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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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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캐나다의 칼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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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맨발의 여자 ‘제인 에어’(Barefoot Jane in Ayre)(5)

 

(지난 호에 이어)


“안에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어요.” 


내가 대답하기 전에 그녀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길가에 세워 둔 트럭으로 돌아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조금 후에 그녀가 커피숍 문을 열고 나왔다. 한손에 커피 컵을 들고 있었다. 주차장을 건너 길가에 세워 놓은 트럭까지 걸어오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검은색 쫄 바지에 붉은 색 셔츠를 입었고 검은 색 페디큐어를 칠한 발가락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슬리퍼를 신었다. 카운터 너머로 보았을 때는 아가씨처럼 생각했는데 제법 농익은 여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주문하지도 않은 커피를 내게 건네주고 트럭 안에 올라왔다.


“와, 정말 넓다!” 안을 둘러보는 그녀의 첫마디였다.


“아저씨, 나 좀 태워줘요!” 두 번째 말은 조금 의외였다. 장난 섞인 말이거니 생각했는데, 그녀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나 여기서 도망가야 해요. 아저씨, 나 좀 구해주세요!”


그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뭐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고 생각을 해볼 틈도 없었다.


“주인아저씨가 나를 꼼짝 못하게 가두고 일만 시켜요. 도와주세요. 아저씨!”


  내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자 그녀는 쫄 바지를 걷어 올려 무릎을 보여주었다. 멍든 자국이 선명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티셔츠를 훌렁 올리며 하얀 배를 드러내 보였다.


“여기 칼자국도 있어요!”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주인아저씨가 이 마을에서 이거예요.”


그녀가 엄지를 치켜 세워보였다. 짱이라는 말인가? 얼짱? 몸짱? 아니면 대장? 두목? 깡패? 조폭? 지금 이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얼핏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온 걸까? 의심했다.


“그럼, 경찰에 연락하지 그래요.” 내가 간신히 대답하였다.


“제 신분이 불체라 그렇게 못해요.”


그녀는 수시로 커피숍 쪽을 살펴보았다. 분명 감시당하는 것 같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동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주인아저씨 편이에요. 제가 도망가면 모두 주인아저씨에게 일러바쳐요. 도망갔다가 잡히면 죽도록 얻어맞아요.”


몸에 난 멍든 상처를 보았으니 그녀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게가 밤 12시에 문 닫으니까 밤중에 몰래 나와서 공장으로 갈게요. 트럭에 태워만 주세요. 어디든 아무도 모르게 도망가게 꼭 좀 도와주세요! 네? 제발 부탁해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녀는 얼른 트럭에서 내려 커피숍으로 황망히 걸어갔다. 그녀는 내가 그러겠다고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그대로 가버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 같은 사건이지? 세인트 마리님이 도와주실 때까지는 운이 좋았는데 이제 엉뚱한 사건에 괜히 휘말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겁이 덜컥 났다.

 

 

 

 


나는 에어 타운에서 도망치듯 서둘러서 트럭을 운전했다. 에어 타운을 벗어나자마자 겹으로 된 담과 철망이 나타나고 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데븐스라는 이름이 있지만 개리슨 미군 부대기지뿐인 마을로 군부대 남쪽으로 큰 건물의 공장 몇 개뿐 주택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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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맨발의 여자 ‘제인 에어’(Barefoot Jane in Ayre) (4)

 

 

 

(지난 호에 이어)

 
버지니아 주에는 노포크 해군기지, 리피몬드 공군기지, 콴티코 해병대 기지가 몰려 있어서 한국계 미군이 많이 있다. 그리고 샌 안토니어 텍사스, 워터타운 뉴욕주, 캐나다 온타리오주 펨브록까지, 군 기지 주변에서 종종 한국인을 만났다. 


이것은 오랜 시간 동안, 1957년 7월1일부터 현재까지 무려 60년 동안이나 한국에 주둔해온 주한미군들 영향이 크다. 매년 한국에 상주하는 군인병력만 2만 팔천오백 명에서 삼만 칠천 명에 이른다. 최고 4만 5천명에 이른 적도 있다. 


게다가 미군가족과 군무원, 카투사, 한미연합사 한국군까지 합하면 병력수의 세배에 달하는 미국인이 있는 셈이고, 평균 근무햇수가 2년이라 해도 지난 60년 동안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한국에 살다 미국으로 돌아왔고, 자연스럽게 복합문화가정을 이루고 다시 그 복합문화 가정에서 초청되는 가족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군인이므로 군부대나 기지가 있는 가까운 곳에 제일먼저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은 일정한 수순이기도 하였다.


오늘 들린 이 조그만 타운, 이름마저 독특한 에어 AYRE도 그런 타운인 것이다. 매사추세트 주에는 포트 데븐스를 포함하여 3개의 미군부대가 있고, 공군기지가 4개, 더불어서 해안경비대까지 보스톤 주변에 모여 있다.


에어 타운의 포트 데븐스에는 개리슨 기지가 있다. 그래서 미군과 결혼한 복합문화가정과 초청이민 온 그들의 가족, 또는 한국인으로 미군에 입대한 사람들로 구성된 한인 타운이 형성된 소도시로 한국식품점이 있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여기서 어디로 가세요?”


“뉴욕주의 알바니 지나서 캐나다로 갑니다. 하지만 픽업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내일 아침에 출발할 겁니다.”


“어디서 자요?”


“어디서 자긴요, 그 회사 주차장에 트럭 세우고 트럭 안에서 자지요.”


“정말로요?”


“그럼요. 트럭 안에 침대도 있는데.”


“정말로? 트럭 안에서 잔단 말이에요?”


  아가씨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메리카 트럭운전사들이 트럭 안에서 자는 줄 정말 모르는 사람은 많이 있다. 나도 트럭 배우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커피숍에는 손님이 간간히 왔다. 아침 출근 시간대였다면 아주 바쁘겠지만 퇴근 시간도 훨씬 지난 지금은 대부분 커피와 도넛을 테이크아웃해서 나가는 손님들이었다. 손님이 약간 뜸해진 시간에 내 코앞에 바짝 다가온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트럭 안을 구경시켜주면 안돼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은 의외였지만 그녀의 호기심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누구든지 대형트럭을 보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못할 거야 없지만……. 지저분해서”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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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2
2018-04-05
맨발의 여자 ‘제인 에어’(Barefoot Jane in Ayre) (3)

 

 

(지난 호에 이어)

 
미국에 오면 모두 이방인이다. 원주민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민자다. 심지어 같은 한국 사람끼리도 어설프고 낮설다. 반가움과 경계의 사이에서 선 이방인들이다. 한국 식품점 가게 문을 열고 나오다가 파아! 하고 놀라움의 비명을 터뜨렸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내 시선이 멈춘 곳에 ‘다방’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한글 아래에 한문으로까지 쓰여 있는 다방이 유리창 한쪽에 붙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만 웃고 말았다. 


너무나 반가운 단어였다. 대체 다방이라는 간판을 얼마 만에 보는 건가? 미국에 다방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트럭을 향하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다방을 향하여 돌아섰다. 이건 뭐, 7080 세대에 읍이나 시골동네에서나 봄직한 광경을 여기 매사추셋주의 조그만 타운에서 보게 되다니? 이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반드시 다방커피를 맛보고 가야한다. 응답하라 1988! 미국버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커피향이 풍겨왔다. 타운에 흔히 있는 작은 커피숍이나 다름없었다. 던킨, 스타벅스같은 체인점이 아닌 작은 동네 커피숍으로 테이블이 일곱 개 그리고 키친을 마주하고 있는 스탠드 바에 동그란 의자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마침 저녁시간이라서 손님은 없었다. 카운터 앞에서 메뉴가 적힌 간판을 올려보았다. 메뉴에 커피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라떼도 적혀 있지만 한쪽에 생강차, 홍차, 인삼차 그리고 아메리카노라고 한글로 적혀 있어서 절로 행복한 웃음이 소름 돋듯 흘러나왔다.


“뭘 드릴까요?”


젊은 아가씨, 옷차림으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젊은 한국아가씨가 상냥하고 애교가 넘치는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메리카노 블랙으로 하나 주세요,” 


한국말로 커피를 주문하려니 묘한 어색함이 흘렀다. 테이블보다 카운터가 주방을 향해 마주 앉는 바를 택해 그 가운데에 자리잡고 앉았다.


“이 타운을 뭐라고 발음합니까?”


커피 머신 앞에 서 있던 그녀가 고개만 돌리며 미소를 보였다.


“에어, 다들 그냥 에어라고 불러요.”


아이어나 에이레보다는 에어라는 발음이 쉽고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에어에는 한국 사람이 많이 살아요?”


아가씨는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리고 잔에 따르고 수저를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


“예, 많이 살아요. 그런데 아저씨는 처음 오신 거 같은데…”


“네, 지나가다가 들린 거예요. 저 길가에 세워둔 트럭 보이죠. 트럭 운전사입니다.”


내가 유리창 너머로 길가에 주차한 트럭을 가리키자 그 아가씨가 한층 높은 밝은 목소리로 감탄했다.


“저렇게 큰 트럭을 운전하세요? 힘들지 않아요?”


“힘이야 들지요.”


“대단하시다. 앞이 저렇게 큰데, 안에 뭐 있어요?”


“별거 다 있지요. 냉장고도 있고 전기밥솥으로 밥도 해먹고. ”


“와, 신기하다. 주로 어디로 가세요?”


“미국 아무데나 가요. 그러니까 북미대륙을 며칠씩 돌아다니지요.”


“오, 정말 재밌겠다. 아저씨는 좋겠다. 나도 가보고 싶은 데가 많아요.”


“어디를 가고 싶은데요?”


“음, 샌프란시스코요, 금문교를 보고 싶어요. 그런데 갈 수가 없어요.”


“가면 되지. 왜 못가요?”


아가씨가 갑자기 주위를 돌아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빠르게 속삭였다.


“나는 여기서 아무데도 못가요.”


나도 덩달아서 슬그머니 주위를 살폈다. 주방 안에 그림자가 비쳤다가 사라졌다. 


“여기서 하루 종일 일하고 이 건물 2층에서 먹고 자요.” 


조그만 목소리로 얼른 덧붙였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낌새였지만 주방 쪽에서 나는 소리에 몸을 돌려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뭐지?’


서늘한 공기가 커피의 진한 향기 속에서 느껴졌다.  


아가씨는 혼자 주방과 홀을 오가며 혼자 일했다. 손님도 없으니 그렇게 바쁘지 않았다. 가끔 내 앞에 와서 이것저것 물어오기도 했다. 특히 트럭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렇게 트럭 운전하는 한국 사람이 이런 조그만 타운의 커피숍에 오는 일은 드문 일일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아저씨, 어디 가세요?”


“자동차 부품 회사에 픽업하러 갑니다.” 


“아, 그 회사 본 것 같아요, 요 기지 아래에 있는 큰 공장!”


“맞을 겁니다. 그런데 기지가 뭐죠?”


“군 기지 말예요. 미군부대, 여기 사람들은 그냥 기지라고 불러요.”


“아하, 그래요?”


바로 의문이 풀리며 이해가 되는 느낌이 왔다. 왜 이 조그만 마을에 한국식품이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미국이나 캐나다의 어떤 도시나 작은 마을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국기업이 진출해서 현지 공장이 있는 곳은 물론, 한국직원이 연수나 파견을 자주 나오는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곳에서도 많이 보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미군 기지가 있는 도시 주변에 유난히 한국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 


버지니아 주에는 노포크 해군기지, 리피몬드 공군기지, 콴티코 해병대 기지가 몰려 있어서 한국계 미군이 많이 있다. 그리고 샌 안토니어 텍사스, 워터타운 뉴욕주, 캐나다 온타리오주 펨브록까지, 군 기지 주변에서 종종 한국인을 만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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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9
맨발의 여자 ‘제인 에어’(Barefoot Jane in Ayre) (2)

 

(지난 호에 이어)
오랜 경력 속에서 수많은 실수 끝에 깨달은 귀한 경험은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시골길은 외길이며 점점 좁아진다. 빨리 이 큰 트럭을 돌릴만한 공간을 찾아야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가야 트럭을 돌릴 공간이 나올까 염려되었다. 주위에 산밖에 보이지 않으니 좀처럼 큰 건물이나 공터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 것도 없는 숲 사이로 우뚝 선 건물이 보였다. 넓은 주차장은 차가 한 대도 없이 텅 비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이런 곳에 교회가 세워져있다니? 할렐루야! 주님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신자가 아니어도 주님은 은혜를 베푸신다. 


뾰족하게 우뚝 솟아오른 종탑 아래로 눈이 부시게 하얀 목조건물이 성스러운 빛을 반사하고 있다. 차가 한 대도 없는 넓은 주차장을 크게 돌아서 다시 타운 쪽으로 돌아왔다. 세인트 마리님의 은총에 감사하면서......,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은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럴 때면 교회를 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좋은 일이 계속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날이다. 회전교차로에 돌아와 다시 제 길로 찾아 나와 Ayre 타운으로 들어섰다.

 

 

 

 

 
역시 길은 점점 좁아졌다. 차선이 하나로 바뀌고 낡은 전봇대가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오래 되고 낡은 상가와 건물들이 죽 이어진다. 200년 이상 되는 오래 된 타운 이라는 것을 도로와 건물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목조건물, 가끔 돌을 쌓아 만든 큰 건물사이로 마차가 달리던 중심가는 이제 차들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길이 되었다. 그래서 중심도로는 일방통행 표지판이 붙어 있다. 돌로 지어진 시청건물과 교회 사이를 통과하는 큰 길마저 차선이 하나뿐인 외길이다. 


다운타운을 지나는데도 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구가 2000명도 안 되는 북미의 소도시들은 대부분이 그렇다. 오래된 중심 타운은 낙후되고 퇴화해서 빈 껍질뿐인 건물들로 공동화현상이 되고 교외를 벗어난 넓은 지역에 새로 개발되어 새 상권의 업타운이 형성 된다. 비어있는 상가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중심 타운을 지나 조금 한적한 도로에 나서서 겨우 한숨 돌리는데 상점이 늘어선 2층짜리 건물에서 나의 시선을 끄는 그 무엇이 있었다.


'슈퍼', 바로 슈퍼라고 쓰인 한글이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영어로만 되어 있는 간판과 사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한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고 나서야 미니슈퍼 간판 아래 '한국식품'이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는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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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맨발의 여자 ‘제인 에어’(Barefoot Jane in Ayre) (1)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95번을 따라 운전하다가 하버드 유니버시티 간판을 보고 하버드 대학이 보스톤에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아쉬움이 스친다. 30년 전에 알았더라면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나는 53피트나 되는 대형 트레일러가 달린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서 하버드대학 옆을 지나간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의 가장 큰 매력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시각적 정보와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다양한 아메리카식 융합문화의 경험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중부의 대초원을 가로지르고, 지평선만 보이는 황막한 광야를 끝없이 달리고, 수만 년의 세월이 깎아놓은 붉은 기암괴석 사이를 지나고, 만년설이 언제나 보이는 험준한 바위산 록키를 넘고, 하나의 태양과 하나의 별이 빛나는 선인장 사막을 가로지르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수평선 너머로 오대호의 큰 호수를 건넌다. 


내셔널지오그라픽에 나오는 사진 같은 비경을 따라 운전하고, 밀림 같은 침엽수림, 불바다 같은 단풍나무 숲으로 달린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천둥번개 속에서도 달리고, 괴물 같은 토네이도에 쫓기기도 한다. 끝없이 다가오는 언덕의 물결을 넘으며, 천지가 온통 흰색뿐인 백야의 폭설 속에서도 오직 핸들에만 의지하여 달린다. 


지금은 초록의 숲이 우거진 한여름, 첩첩 산으로 이어지는 애팔래치안 산맥의 중심부를 지나고 있다. 미국 동부 지역은 1620년 청교도인 백여 명을 태운 매이 플라워호가 케이프 커드에 도착한 역사가 말해 주듯 오래된 도시들이 많다. 


보스톤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타운 AYRE에서 자동차 부품을 픽업해야 하는데 픽업 시간이 오후 8시다. 좀 늦은 시각이지만 영업실적을 마감해야 하는 분기 말에 흔히 있는 일이다. 화물을 싣는 시간이 2시간 정도라고 예상하면 밤 10시에 상차가 끝나겠지만 하루 14시간 운행규정에 초과되므로 오늘은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 그 회사의 야드에서 10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새벽에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하이웨이에서 빠져 나와 작은 하이웨이로 들어서면서 AYRE 의 발음을 고민했다. 에이레, 에이여라고 생각하였다가 캐리비안 해적들이 잭 스패로우 선장에게 아이 아이 캡틴! Aye aye Captain 하고 인사하는 단어와 비슷하므로 아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Ayre 타운으로 향하는 초입에 있는 여섯 개의 길이 교차하는 회전교차로를 만났다. 회전교차로는 대형트럭 운전사에게 골치 아프다. 느린 속도로 빈틈없이 줄을 이어 밀려오는 차량 사이에 끼어드는 것도 어렵고, 가운데 원형 화단도 신경 쓰이고 동시에 좁은 틈이라도 비집고 끼어드는 차량들을 살펴봐야 하는 혼잡스러움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더구나 나가는 길이 비슷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조그맣게 쓰인 길 이름 간판을 빠른 곁눈으로 읽어내야 한다. 빠져 나가야 할 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역시나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실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긴 트럭과 트레일러가 원형 화단에 걸릴 것 같아 조심조심 살펴보다 그만 나가야 할 길을 놓치고 다음 길로 잘못 들어섰다. 하버드 스트리트라고 쓰인 간판이 두 개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바드로 가는 길조차 이렇게 어렵다. 


젠장, 또 돌려 나오든지 우회도로를 찾아가야겠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후회해봐야 정신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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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코리안 아메리칸 문학(하)

 
 
Korean American Literature는 이민문학 또는 정체성 문학인가?

 


(지난 호에 이어)
소설은 사실이 아닌 허구성을 갖지만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경험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삶의 뿌리를 옮긴 이민 1세와 1.5세의 한국계 미국인 문학가의 근본소재는 이민정착기 또는 정착수기 형식 그리고 정체성의 갈등의 주제가 대부분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해방과 함께 온 남북분단과 민족적 비극인 한국전쟁, 경제부흥기를 거쳐 경제선진국으로 급변하면서 세계로 뻗어나간 해외동포들 이런 시대를 거쳐 온 세대의 문학가들이 이런 주제를 선택하거나 또는 발단이나 동기 소재로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 인권탄압과 탈북 또는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사회적 고발성 문학소설도 다양하게 창작되고 있다.


이민 당사자로서 현실적 공감을 얻는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부한 소재라는 느낌도 금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순수문학이나 장르문학이 빈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록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다행스러운 것은 Korean American Literature가 자전적 기록소설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은 한국의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으로 복잡한 관계 속에서 포괄적인 문제를 이민세대의 시선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창래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문학이 더 이상 한국인만을 위한 문학이 아님을 증명한다. 최근 발표된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 Pachinko를 읽기 위하여 도서관을 찾았을 때 이미 12명의 대기자 명단이 있음을 보고 많이 놀랐다. 


마지막에 내 이름을 올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Korean American Literature가 영미권에서 먼저 발표되고 후에 세계각국어로 번역되고 세계문학의 중심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도 그리 멀지 않다.


 
북아메리카의 한국인들의 이민 세대가 이제 1.5세대와 2세대에 이르렀다. 이 세대들은 한국문화와 영미문화를 가장 잘 아는 세대들이며 영문학과 한국문학에 모두 접한 세대이다. 이들은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에 가장 훌륭하게 접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이 번역문학일 수도 있고 또는 새로운 창작일 수도 있다.


현재 북미에는 영어문학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코리안 아메리칸의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고 그들의 작품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창래 Chang-rae Lee 작가를 비롯하여 이민진 Min Jin Lee, 폴 윤 Paul Yoon, 린다 수 박 Linda Sue Park, 노라 옥자 켈러 Nora Okja Keller, 제니 한 Jenny Han, 아람 킴 Aram Kim, 마이크 정 Mike Chung, 패트리시아 박 Patricia Park, 크리스 리 Krys Lee, 등 한국계 작가들이 등장했고, Angelfall 과 World After 판타지 소설을 발표한 Susan Ee 작가, The Queen of the Night의 Alexander Chee 작가도 있다.


캐나다에서도 Man From Bikini의 Sebastian Bae, 최근 Kay's Lucky Coin Variety를 발표한 Ann Y K Choi를 비롯하여, Kim's Convenience의 연극대본작가 Ins Choi, Dark Side 의 John Choi, The Homes We Built on Ashes의 Christina Park, When John Lennon Died 의 Sang Kim 등 훌륭한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음에 자랑과 긍지를 느낀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한국문화와 영미문화를 모두 이해한 한국인 작가들에 의한 영어 원작 문학의 발전에 달려있다. 앞으로 Korean American Literature가 세계 속의 한국문학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Korean American Literature의 발전을 기대하는 만큼 나의 관심은 깊다. 북미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칼럼니스트, 소설가, 영화예술인들의 작품을 보고 읽고 나름대로 교감하고 싶다. 한국계 아메리칸 문학가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영어문학권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한국계 영문학가들을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지하고 응원하고 후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바로 한국문학이 세계로 향하는 길이다.


 
오늘 나는 도서관에 갔다. 열흘 전에 주문한 책이 이제야 도착했단다. Kay's Lucky Coin Variety by Ann Y K Choi와 Without You There Is No Us by Suki Kim두권을 픽업했다. 나머지는 아직도 대기자명단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읽고 싶은 대부분의 Korean American Literature는 서점에서도 찾기 힘들고 도서관에서조차 보기 어렵다. 지금 한국문학이 세계로 가고 있는 것 확실한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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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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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4
코리안 아메리칸 문학(상)

 
 
한국계 미국인의 영어문학소설을 위한 생각 


내가 코리안 아메리칸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이었다. 학생 때 한글판으로 읽었던 세계명작들을 원작 영문판으로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해석과 감동을 얻는 희열감을 만끽했다. 존 스타인벡, 마크 트웨인, 헤밍웨이 등의 고전들이다. 나의 영어실력은 대단하지 못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소화하지 못하지만 아는 만큼만 읽고 이해해도 충분한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세계명작의 대부분은 한문이나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다시 한글로 번역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일본식으로 강요된 지식과 주입식 교육, 암기위주의 공부를 가장 싫어했다. 내가 다시 영어원문소설을 읽기 시작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소설을 영문번역판을 먼저 읽고 한글판을 읽었을 때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언어의 어법과 말투, 순서 그리고 표현과 강조의 형용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고 문화적 차이나 시대적 상황의 이해부족 또한 진정한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오역 또한 번역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오역은 쉽게 정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오역을 지적하는 평론가나 문학인들의 태도이다. 


최근에도 한국의 유명한 작가의 영역소설이 세계문학계에 알려지자 한인 문학자들이 오역에 대한 지적과 평론을 앞다투어 내더니 뉴욕타임지에까지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영역 소설은 영어권 문화에 속한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영어 소설을 한국문화권 입장에서 읽고 해석해서 잘못됐다고 지적할 이유가 없다. 특히 원문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님의 침묵’에서 ‘조국’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내 기억두뇌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나는 내 생각에 자유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의 반을 한국에서 살았고 나머지 반을 캐나다에서 살았다. 한글과 영어, 한국문화와 북미문화를 접해본 소수 중의 한 사람이다. 한글과 영어를 모두 읽을 수 있으며 또한 두 개의 문화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는 소설과 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문학이 세계에 알려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계인 모두에게 한글을 배우게 하는 일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방법은 바로 번역이다. 


세계 최초로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한국소설은 김만중의 구운몽이며 1922년 ‘The Cloud Dream of the Nine’이라는 제목으로 제임스 게일 James Scarth Gale 선교사에 의해 번역 출간되었다. 우리나라 소설의 최초 번역가는 미국인도, 영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바로 캐나다인이었다. 


나는 James Scarth Gale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의 업적과 매력에 빠져들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알마 태생으로 토론토 대학 출신이라는 것도 반가웠지만 구운몽의 영어번역뿐 아니라 John Bunyan의 소설 ‘Pilgrim Progress’를 ‘천로역정’이라는 제목으로 한글 번역하였으며 이것이 최초의 한글 번역 소설의 효시라고 한다. 대단한 일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과 업적은 한국문학의 귀중한 자료이며 역사적 가치가 있다.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대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토론토 대학 유영식 교수님의 관심과 노력으로 ‘착한 목자: 게일의 삶과 선교’가 출간되었음에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또한 감사드린다. 나아가서 제임스 게일 선교사의 한글과 영어의 번역과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도 좀더 깊은 연구와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번역은 창작만큼이나 섬세하고 창의적이고 힘든 작업이다. 간단한 오역이나 쓸데없는 오타나 지적하는 번역문화 아래에서는 어림도 없다. 


최근 한국문학 소설을 영역 출판하고 있는 데보라 스미스 Deborah Smith 같은 번역가가 나와 나를 즐겁게 하고 있다. 나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데보라 스미스의 영역판 ‘The Vegetarian’으로 먼저 읽었다. 당연히 오역이라는 부분이나 어색한 느낌의 표현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한국지명이나 이름이 한국소설이라는 티가 났을 뿐이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고 훌륭한 번역이었다. 이런 번역가들의 작품이 한국 문학이 영미문학에 진출하고 세계문학으로 향하는 변환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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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bowon
원성구
2018-03-05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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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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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28)

 

 
(지난 호에 이어)

 추가로 말씀드리면 또 하나의 특별 사업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무슬림 강경파의 테러범들이 한국인을 인질로 사로잡고 협박하였습니다. 그때 한사대에서는 그를 구출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였습니다.


 물론 우리의 정규군을 투입하지 않고 세계 각국에 있는 한국인 용병들과 전문가들을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3의 세력으로 충분히 비밀리에 그 한국인 인질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에 정부에 그 계획서를 올렸습니다.


 정부는 외교적인 문제와 사상자가 더 나올 것을 염려하고 한 번도 시도한적이 없어서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여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 한국인 인질은 테러범들에 의하여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지요.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보호 합니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어느 나라나 어떤 단체도 한국인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 후 얼마 지나고 나서 한국 어선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 되었었지요. 그때는 정부가 나서서 우리 정규군의 힘으로 무사히 구출해 냈습니다. 그 후로는 해적들이 한국어선을 납치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한사대는 한국인을 사랑하는 단체로 한국인을 위하여 존재합니다.


 최용호는 정신없이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의 작성 6하 원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단한번의 퇴고도 없이 타이핑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편집국장일거라고만 생각했을 뿐 무시하였다. 마침내 기사 원고를 마친 그는 고개를 들고 시간을 보았다. 마감시간 5분전. 그는 기사송고 버튼을 눌렀다. 그제야 이틀 동안의 피로가 몰려와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대한미국을 사랑하는 남자, 이태조]
 이태조는 과연 누구인가? 할아버지는 농부였고, 아버지는 선생님이셨다. 그리고 이태조는 농부이고 어부이고 트럭운전수였고 부두노역자였으며 공장 근로자였고 축구선수였고 사회봉사자이며 자연보호자이고 쓰레기를 재활용하며 단군의 얼을 계승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를 말하기 위해서는 학력이나 경력, 출신지역 연고를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는 대한민국이다.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전주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경기도에서 일을 하였고 강원도에서 살았으며, 경상도에서 근무하고 충청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전라도 조그만 섬마을에서 어부를 하였으며 최근 노역자로 일을 하였다.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이며 사회활동가이며 자연보호주의자이고 이상주의자이며 민족주의자이다. 이태조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남자이다.

 

 25.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날 

 


 아침 신문을 펴본 최용호는 깜짝 놀랐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최용호의 기사는 서해일보 신문만 아니라 전국 신문에 동시에 실려있다. 
 TV를 켰다. 마침 M방송사의 황철순 보도국장의 아침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이태조씨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어서 화제입니다. 서해일보의 최용호 기자에 의해 자세하게 보도 되었습니다. 그의 기사에 따르면 이태조 선생님은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한국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자원봉사단체 한사대의 창립자로 그동안 소리 없이 봉사해온 그는 노동자, 어부, 농민 등 주로 서민층을 위하여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전국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는 이태조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훌륭한 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사남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개설되어 이태조씨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접속이 폭주하는 등 대한민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황철순의 태도가 돌변하여 이태조에 대하여 우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최용호는 서해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제 기사가 각 신문에 다 실리다니요?"


 편집국장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리부터 질렀다. "아아 최 기자 진정하시게, 자네의 기사는 훌륭해! 우리 신문에만 실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연합통신에 흘려보냈지. 전 국민 모두가 읽어야 할 기사인데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부득이 자네의 허락 없이 내가 결정했네. 오해 말게, 대한민국의 장래가 달린 일이야, 빨리 출근부터 하라구! 할일이 많아! 아참 투표부터 하고 오게" 그러고 보니 투표할 생각을 못했다.

 

 26. 대사남

 


 최용호는 컴퓨터 검색 창에 대사남 을 입력하였다.
 "대사남"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남자 이태조.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신기한 일이다. 기사 제목을 뽑는데 고심한 끝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남자를 첫머리로 올렸다. 그런데 이미 대한미국을 사랑하는 남자 대사남이라는 이태조에 대한 인터넷 웹페이지가 벌써 개설되어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그리고 첫 화면에 시 한수 올라 와 있다.

 


음(陰)삼월 초순, 꼭두새벽
잔 서리 달빛 속 기와지붕 용마루에
장닭이 빨강 벼슬 높이고 긴 목 세워
홰를 치며 목청껏 이른 아침을 깨친다.
밤새운 산통(産痛), 그 시각
전생의 가피(加被)입어
긴 첫 울음 화답(和答)하며
사람 인연되어 이 세상을 마주한다.
10대 이전은 혈연, 지연으로 본성(本性)을 알고
10대는 천진(天眞)한 학연에서 혈기(血氣)를 알고
20대는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인연에서 자아(自我)를 알고
30대는 변화무상(變化無常)한 사회에서 인생(人生)을 알고
40대는 여실(如實)한 세상사에서 자연(自然)을 알게 된다.
이제 반평생을 훌쩍 넘긴 50대 중반에서 
또 인연을 기다린다.
진정 일을 하고 싶다.
전생의 가피로
누군가의 인연으로
이제 하늘이 사명(使命)으로 준 그 길을 가고 싶다.
이 세상에서 살다 가는 그 날
천인화로 만인(萬人)의 가슴에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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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27)

 

 

 
(지난 호에 이어)

 서해일보 기자라는 말에 그 노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한사대는 유명한 단체도 아니고, 특별한 단체도 아니라서 기자님에게 말씀드릴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한사대는 한국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봉사 단체입니다. 주로 자연 환경보호를 위하여 모인 단체로 대원 모두가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봉사대원이 전국적으로 10만이 넘는 단체입니다. 다른 단체처럼 내세우지 않습니다. 단체장이나 이사 등 직책이나 감투가 없는 조직으로 봉사활동마다 거기에 맞는 대장을 자원하는 사람이나 추천하는 사람이 맡아서 진행하고, 그 사업이 끝나면 대장은 다시 평회원으로 돌아갑니다. 사무 보는 임원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 역시 자원 봉사자들로 보수도 없고 따로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원 스스로가 시간이 될 때마다 나와서 일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업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크게 세 가지 사업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봉사활동입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양로원, 고아원, 노숙자, 농촌 일손 돕기 등 모든 봉사단체들이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둘째는 자연보호활동과 자원재활용 사업입니다. 이는 정부와 기업과 시민이 함께 하는 사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주관하고 관리 감독하고 기업이 투자하고 시민이 봉사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면 캐나다 퀘벡주에 슬럼화되고 폐허가 된 쓰레기 같은 지역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퀘벡 주정부가 주관하고 각 기업들이 투자하고 시민들이 나서서 재개발하고 문화 공간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가 탄생하게 된 동기입니다. 버려진 지역이 재개발되어 문화 공간이 되고 고용증대를 이루고 또 지금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공연을 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찾아 개발할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재해재난 대책 사업인데 이것이 현재 한사대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목적은 재난 재해 방지 및 대책마련입니다. 기자님은 911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했을 때 가장 큰 인명피해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비행기의 공격을 예상 못한 것이 중요하지만 공격당한 후 그 큰 빌딩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측 못한 점입니다. 혹시 그 누군가, 빌딩전문가가 건물구조와 무게상 붕괴될 수 있다고 예상을 하였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경고가 즉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하겠다고 빌딩으로 올라간 소방관들까지 희생된 것입니다. 재해 및 재난 사고에 대한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체, 기술적 요원과 행동대원, 그리고 장비 차량 등이 모든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루이지애나에 수해가 나서 물에 잠겼을 때 식수가 부족하다고 하여 미국 각지에서 트럭으로 생수가 배달되었습니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도 수십 톤의 식수를 무려 20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이틀 동안 밤새 달려 왔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트럭들이 수해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 묶여 있어서 정작 식수는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일본처럼 원전사고가 났을 경우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있는 장비나 시설은 무엇이고 또 누가 그러한 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가? 대피는 어디로 할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어떤 시설이 필요하고 어떤 약품들이 필요한가? 모든 것에 대한 예상을 하고 거기에 따른 완벽한 준비를 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사대에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모아 놓은 자료들을 수집 정리하고 있습니다. 삼풍같은 빌딩이나 한강다리가 무너졌을 경우 복구 작업을 할 수 있는 중장비와 전문가와 기술자 그리고 인력을 즉시 투입할 준비를 해놓는 것입니다. 이상 기온, 혹서나 혹한이 닥칠 때, 석유파동이 날 때, 또다시 바다에서 유조선이 침몰하여 기름이 유출 될 때, 장비는 무엇이 필요하고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자재가 필요하고 그 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모든 사고에 대한 예상과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바로 한사대의 주목표입니다. 이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하고 복지 그리고 행복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럼 이태조씨도 한사대 대원입니까?"


 "한사대는 10년 전쯤에 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결성한 것으로 이태조는 초기 창립 때부터 참여하여 이 조직의 체계를 세워 놓은 사람 중의 한명입니다"


 "한사대는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까?"


 "봉사 및 재해 재난 구조를 효과적으로 기술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각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누구든지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한사대는 말 그대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바로 한사대 대원입니다. 서해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였을때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오셔서 기름을 닦아내고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기름을 닦을 수 있는 천 그리고 세제를 나누어 주신 분들이 한국을 사랑하는 봉사대원입니다. 기름걸레를 수거하고 처리하고 텐트에서 음료를 제공하는 분들 역시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스스로 나오셔서 묵묵히 일을 하고 가신 모든 분들 역시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셨더라도 물품을 보내주시거나 성금을 보내주시고 응원하신 전국의 국민 모두가 바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이 한사대라는 것을 모르고 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사대는 명분이나 이름을 절대 앞세우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을 하신분이나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면 본인은 모를지라도 바로 한사대의 대원으로 봉사하신 것입니다. 순수한 봉사활동으로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봉사대 이것이 한사대입니다. 한사대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는 단체이며 바로 국민 여러분들이 한사대의 대원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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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0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26)

 

 

 "이 선생 같은 사람 또 읍시요. 그 사람 복받을 꺼구먼요. 여그 시장바닥이 요만큼 깨끗해지고 질서가 잽힌거이 모다 그 사람이 나서서 해놓은 거지유. 여기 장삿꾼들끼리 허구한 날 경쟁하고 쌈질하고 했는디 그 양반이 상조회를 조직해서 이제는 서로 돕고 있시유. 또 쓰레기 문제땀시 골치 아팠는데 그 양반이 시청에 건의해서 해결했구먼유" -중앙시장 노점상 아주머니의 이야기


 "그 사람은 와 묻노? 대통령이라도 나온 기가? 내 마 그 사람이 나온다카만 열일 팽개치고 가서 투표할 끼다." -시장 통로에서 장사 하시는 아저씨 


 "내가 이렇게 노숙자로 떠돌아다니고 있어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텍사스 주립대학원을 졸업했지. 나한데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영어를 가르쳐 주었지. 미국에서 10년 이상 살아도 그만큼 못할 거야 영어 잘하지. 그 대신 내 파이프드림을 실현시켜 준다고 약속하였지, 물론 그가 해 줄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혹시 또 모르지 그가 대통령이라도 되면 가능할가..." -피터송 또는 닥터송 


 처음에는 닥터라고 해서 의사인줄 알았다. 피터송는 물리학 박사로 미국에서 드림파이프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한국에서 실현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 왔으나 아무도 그의 이론을 들어주지 않았다.
 가정문제까지 겹쳐는 불운으로 어쩌다보니 여기 다리 밑에까지 흘러들어 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같은 노숙자들이 얼어 죽지 않고 굶어 죽지 않는 게 이태조 덕이지...


겨울이 되면 옷과 담요를 구해다 주고 식량 음식도 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회나 봉사단체 후원회들을 순서적으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끔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사실이지." -어느 노숙자


 “이태조 그 사람만 오면 장기판이 벌어지는데 훈수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지. 그런데 요즘 통 안 왔어. 그 사람이 와야 재밌는데...” -양로원 할아버지


 “이태조씨는 교육 개혁에 대해여 수차례 강연 하였습니다. 일선 교사를 가르치는 전문교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왕따와 성폭력은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모자랍니다. 학생들이 상담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전문가가 없으면 일선교사들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확실한 교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 상담가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교과목에 경제 과목이 꼭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국민이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쉽게 말해서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것이다 이 말입니다. 또한 번 돈을 쓰는 방법도 중요하지요. 자본주의 시대입니다. 가정경제가 안정 돼야 사회가 안정되고 더 나아가 나라가 부강해집니다.” -고등학교 교사


 "농사도 옛말여, 요즘 젊은 사람들이 누가 농사 질라고 하간디. 늙은이들만 남아서 씨뿌리고 수확할 일손이 없응게 겨우 우리 먹을 만치나 심어 해먹고 나머지 논밭이 펑펑 놀고 있었는디, 아 저기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주렁 열려도 딸 사람이 없었당게. 죄다 까치밥이 돼부렀지. 근데 이태조 그 사람이 읍내에 중장비 회사를 찾아가서 사장을 만나 설득혀갖고 각종 농기계를 들여다 놓고는 대여를 시작하였지. 거기에 별의별 농기계가 다 있응게 우리는 필요할 적마다 빌려서 쓰면 되지라. 씨뿌리는 기계, 수확기계, 농약 살포차, 트랙터 밭갈이, 웬만한 중장비는 다 있어서 이제 농사도 편하게 한당게, 올해도 감딸때 트럭을 빌렸는데 트럭에 요상한 기둥이 달려 있어서 그걸 타고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감을 땄당게. 참 편리한 세상여." -부안의 농사꾼 할아버지

 농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중장비 회사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불도저와 굴삭기 몇대로 건설현장에 투입하는 사업 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태조가 찾아와 농기계 장비 대여업을 제안하더군요. 아이디어도 괜찮고 수익성이 있어보였습니다. 더구나 제 부모님들도 아직 농사를 짓고 계셔서 도움도 드릴 겸 농기계를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는 없는 게 많아서 주로 수입해 왔습니다. 지금은 백여 종류의 각종 농기계들이 있고 이곳 농사짓는 사람 중에 제 농기계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태조와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그는 별난 친구였습니다. 운동 잘하고 명랑하고, 유머 있고, 붙임성이 좋아 친구가 많지만 엉뚱한 면이 있어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저지르곤 하였지요. 중이 되겠다고 산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시인이 되겠다고 시를 써서 시집을 발간하고,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이 없다고 월간 학생 잡지를 창간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자연환경보호 단체를 만들어 활동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한사대라고 아십니까?"


"한사대요?" 그제야 최용호는 제보자가 준 종이에 쓰여 있던 한사대라는 말을 기억해냈다. 대학이 아니고 자연환경보호단체의 이름일 줄이야. 

 

 24. 한사대


 허름한 창고건물 한 켠에 자리 잡은 한사대의 사무실은 너무나 초라하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학생 둘이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고 있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 한분이 안쪽에 있다가 갑자기 들어선 불청객을 맞이하였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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